“2014년 기적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2015년만 생각하고 있다.”
시즌 중 사령탑을 맡았음에도 52승 41패 1무(승률 5할5푼9리)를 기록, 최하위 팀을 4위로 올렸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교체 사령탑이 5위에서 4위로 팀을 상승시키거나, 상위권을 지킨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꼴찌를 포스트시즌까지 끌어올린 이는 LG 트윈스 양상문(54) 감독이 최초다. 악몽에 허우적거리던 팀을 천국으로 보냈고, 준플레이오프에선 3위 NC를 잡았다. 2014 LG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하다.
하지만 양 감독은 머릿속에서 2014시즌을 지웠다. 지난 일에 도취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앞으로 2, 3년을 구상 중이다. 신진세력 도약을 유도해 선수층이 두텁게 하고, 1점차 승부에 강한 LG를 만들려고 한다. 상대로 하여금 ‘LG는 숨이 막히는 팀’이란 생각이 들게 할 만큼 LG를 껄끄럽게 느끼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 1990년대 LG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 계획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LG는 베테랑이 전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야수진이 그렇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5시즌부터는 3일 휴식기 없는 144경기 체제. 베테랑 4인방을 모든 경기에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발진도 마찬가지. 우규민 류제국 외에는 두 자릿수 승을 기대할만한 토종 투수가 없다. 류제국의 무릎 수술과 신정락의 군입대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2015시즌은 LG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양 감독은 미래를 생각하며 팀을 운용한다. 2004시즌과 2005시즌 롯데를 맡아 리빌딩을 단행, 롯데가 암흑기에서 탈출하는 데 초석을 다졌다. LG에서도 그랬다. 선수 가용 폭을 넓히면서도 성적을 냈다. 여러 선수들을 시험하며 미래를 그렸다.
채은성과 최승준을 선발 라인업에 넣고, 임정우를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고정시켰다. 장진용을 6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렸다. 정찬헌을 세이브 상황에서, 윤지웅을 박빙 승부에 투입시키는 과감함도 보였다. 2군에 있던 황목치승과 김영관을 1군에 올려 경기 후반 대수비를 맡겼다. 시즌 후반 확장엔트리가 시행되자 “우리 팀 선수층이 결코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있어 분명 이득이 될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실제로 엔트리 전체를 활용했다.
때문에 144경기 체제가 양 감독과 LG에는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양 감독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 감독은 이미 불펜진 신구조화에 성공, 불펜투수 모두를 필승조로 만들었다. 불펜진을 2개조로 나눠서 돌리는 게 가능할 정도다. 봉중근 이동현 유원상에 의존했던 불펜진에 신재웅 정찬헌 윤지웅을 더했다. 가용자원이 많으니 혹사는 사라졌고, 투수들 대부분이 정상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야수진과 선발진도 불펜진처럼 만들 수 있다. 양 감독은 2015시즌을 두고 “144경기 긴 시즌이 됐다. 누구도 모든 경기를 뛸 수는 없다. 선수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들이 쉬는 타이밍에 젊은 선수들을 기용, 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병규(7번)를 4번 타순에 박아 대성공을 거둔 것과 같이 야수진에 또 한 번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미 양 감독은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 전향을 지시, 외야 수비강화를 진행 중이다. 대졸 신인 내야수 박지규도 주목하고 있다. 선발진 또한 임정우 장진용 임지섭 외에 깜짝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양 감독은 “어린 투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고 토종 선발투수 육성에 집중할 뜻을 보였다.
2014시즌은 강렬했다. 하지만 아직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도 지휘하지 않았다. 진정한 양상문의 야구, 21세기 LG의 전성시대는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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