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얼굴’ 광해 서인국은 불쌍한 세자다. 오랫동안 아버지와 형제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살아온 그는 갑자기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총알받이 세자로 책봉됐다. 사실상 나라의 최고통치자인 아버지 선조(이성재 분)은 파천이라는 이름하에 홀로 도망을 갔고, 그로 인해 깊어진 백성들의 불신과 무정부상태의 혼란함은 모두 왕자 광해의 몫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에서는 떠난 선조(이성재 분)를 대신해 전쟁에 대비,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광해(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조선에는 왜적들이 도성 앞까지 쳐들어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진왜란이었다. 임진왜란에 앞서 선조는 광해군을 서둘러 세자에 책봉한다. 애초 선조의 마음 속, 세자 책봉 유력후보는 신성군(원덕현 분)이었으나 아들의 목숨을 염려한 어머니 귀인 김씨(김규리 분)가 이를 막아섰다. 필시, 지금 세자로 책봉되는 이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었다.

선조는 세자로 책봉한 광해군을 도성에 남겨놓은 그길로 도망을 쳤고, 광해군은 신하들의 피신 권유에도 홀로 도성에 남았다. 아직 피신하지 못한 백성들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도성에서 아직 나가지 못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신식 무기를 가지고 물밀 듯이 들어온 왜구들에 맞서기 위해 광해가 꺼낸 카드는 게릴라전이었다.
동생이 세자가 된 것을 아니꼬워하던 임해군의 비난에도 게릴라전을 무사히 성공했다. 백성들은 피난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후 광해군 역시 자신의 부하들과 서둘러 서울을 떠나려고 했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형 임해군이 왜적들에게 잡힌 것. 광해군은 "내 형이기 때문에 구해야 한다"며 부하들마저 물리고 혼자 형을 구하러 간다.
결국 광해는 백성 뿐 아니라 형의 목숨까지 구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발휘된 기지와 용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그 누구하나 진심을 알아주는 이 없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광해 서인국의 고생담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왕위계승자이지만, 사지로 몰려 목숨을 위협받는 광해가 임진왜란을 통해 아버지 선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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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