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마녀사냥’, 롱런을 위해 공감이 필요한 순간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5.01.03 06: 42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남자들의 여자이야기‘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갈등을 빚는 20대 커플의 사연을 다루며 오랜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2일 방송된 ‘마녀사냥’ 2부 코너 ‘그린 라이트를 꺼줘’에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을 희망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스물다섯 남성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동갑인 여자친구와 4년째 연애 중이라는 사연남은 출산과 유아에 대해 가치관이 다른 여자친구와 계속 만남을 이어가야 될지 조언을 구했다.
그는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설명했다. “여친에게 조카사진을 보여주면 진짜 관심이 없다. 조카 생일날 찍은 사진을 서른장 정도 보냈는데 하나도 안 보더라. 너무 서운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운해하는 저에게 여친은 ‘솔직히 난 애를 봐도 하나도 안 예뻐. 별로 안 좋아해’라고 하더라. 심지어 자기는 애 안 낳고 살 거라고. 자기는 모성애도 없다고 했다 어렵게 4년제 대학 나와서 취업해 일하다가 애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 생각하면 끔찍하고, 특히 누구 엄마 소리는 상상도 하기 싫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냥 둘이 결혼해서도 아이 없이 연애하는 것처럼 살고 싶은 게 여자친구의 바람인 것.
사연남은 “더 충격적인 건 여친 노트북에 ‘불임되는 법’ ‘불임되는 음식’이 검색어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율무의 찬 성질이 유산을 일으키거나 장기 복용시 불임이 된다는 글을 본 듯 여친은 매일 율무차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은 옛날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가 있는 가정을 꿈꿨다고 강조, 여친과 헤어져야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성시경과 허지웅은 이별에 찬성했다. 성시경은 “출산과 육아는 본인 선택이니 상관없지만, 두 사람이 꿈꾸는 게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지웅은 “태어날 성을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여성들은 모성애를 강요받는다”면서 여성과 모성애를 동일시하는 선입견을 지적, 여자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곽정은은 두 사람의 나이를 고려, 가치관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판단을 유보했다. 곽정은은 “여자분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지만, 남자분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면서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부유층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현실을 지적했다.
곽정은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은 자기 자식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그 본능마저 거세당하도록 흘러가고 있다. 여자는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게 된 사회학적인 요인과 여성의 심리적 변인을 균형적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언제부턴가 ‘마녀사냥’은 신선함을 잃고, 더 큰 자극을 쫓느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며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다. ‘마녀사냥’의 타깃 시청자가 ‘미생’ 속 장그래로 살아가는 삼포세대임을 감안하면. 프로그램의 롱런을 위해 연애의 훈장질보단,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오늘처럼.
‘마녀사냥’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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