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존 높은 코스 확대, 투수들의 반격 가능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1.03 06: 51

투수들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까.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이 가운데 높은 코스를 부분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그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지배한 '타고투저' 흐름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사안이다. 그동안 기를 펴지 못한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반격할지 주목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투수들이 살아날 때가 왔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 5.21은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이었고, 리그 타율 2할8푼9리는 최고 기록이었다. 핸드볼 야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양 팀 통틀어 경기당 평균 11.24득점이 쏟아졌다. 삼성 릭 밴덴헐크(3.18)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의 평균자책점 1위였고, 3할 타자만 역대 최다 36명이 속출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좁은 스트라이크존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시즌 초반 극도로 타이트한 스트라이크존에 "그 어떤 외국인 투수가 와도 바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좌우 바깥쪽과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가 잡히지 않으며 투수들의 멘탈이 흔들렸다. 
한 야구 관계자는 "투수들은 예민하다. 공 하나라고 하지만 그 판정에 의해 경기가 좌우된다. 외국인 투수들이나 어린 투수들이 고비를 못 넘기고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판들 이미지에 제구가 안 좋은 투수들은 더 살아남기 어렵다. 제구가 좋은 투수들과 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볼이 된다"고 했다. 
물론 투수들의 수준 저하를 꼬집는 이들도 있지만, 현장의 투수코치들 생각은 다르다. 모코치는 "요즘 투수들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은 더 빨라졌고 변화구의 브레이크도 잘 걸린다. 그런데 그런 공을 스트라이크로 안 잡아주는 게 문제"라며 "내가 지금 현역이라면 절대 좋은 성적을 못 냈을 것이다. 특히 바깥쪽에 걸치는 공을 잡아주지 않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국내 투수들이 고전한다"고 말했다. 
가운데 높은 코스라도 반 개 정도 확대한 것은 투수들에게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직구를 던져 가운데 높은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힘 있고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유리할 수 있어도 국내 투수들은 변함없이 고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 투수 중에서 가운데 높은 코스를 던져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별로 없다. 높낮이를 활용하는 투수가 적은 데다 변화구로 슬라이더를 주무기 삼는 투수가 많다는 점에서 당장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현장은 좌우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주장하지만 단기간에 큰 변화를 주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심판위원회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한 투수는 "지난해 후반기 정도 존이라면 투수도 던질 공간이 생긴다. 매년 시즌 초반에 존이 좁은 게 문제다. 후반기처럼 여유 있는 존이라면 괜찮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후반기 리그 평균자책점(5.28→5.10)·타율(.291→.286) 모두 전반기보다 하락세였다. 9월 이후 리그 평균자책점(4.87)·타율(.279)은 더욱 떨어졌다.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더 유연하게 확대된다면 '타고투저'를 깨기 위한 투수들의 반격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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