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예언했던 2015년, 정말 컵스가 우승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03 16: 26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89년 작 '백투더퓨처2'는 야구팬들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회자된다. 이 작품에서 2015년 시카고 컵스는 마이애미 게이터스라는 가상의 팀을 제압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6년 전 영화에서도 컵스의 우승은 타임머신이 개발되어야 볼 수 있을법한 일로 다뤄졌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190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7년 전, 영화를 찍은 1989년 기준으로 81년 전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순종 2년, 아직 조선왕조였던 시절이다.
1989년 이후에도 컵스는 여전히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03년에는 케리 우드-마크 프라이어 원투펀치를 앞세워 월드시리즈 진출을 코앞에 뒀으나 스티브 바트먼이라는 관중이 파울볼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수비를 방해,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고 결국 컵스는 거짓말같이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2011년 컵스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던 테오 엡스타인을 사장으로 데려오면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딛었다. 엡스타인은 곧바로 성적을 내기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유망주를 모으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101패(61승)로 4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2013년 역시 66승 96패로 좋지 않았다. 2014시즌 성적은 73승 89패로 여전히 5할승률은 거두지 못했지만 유망주들의 성장과 영입선수의 활약 덕분ㄷ에 드디어 팀 골격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2014년 스토브리그 주인공은 컵스였다. 2015시즌에는 성적을 내겠다던 엡스타인 단장의 말처럼, 시즌 중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보냈던 제이슨 해멀을 다시 데려왔고, 포구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 미겔 몬테로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영입했다. 그리고 존 레스터를 6년 총액 1억5500만 달러에 영입, 드디어 에이스 카드를 얻었다. 무엇보다 조 매든 감독을 영입한 것은 거물급 FA 선수를 데려온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2015년을 앞두고 한 도박사이트에서 발표한 우승 확률에서 컵스는 1/9를 차지, 30개 구단 중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컵스의 주전 라인업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경쟁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엡스타인 사장 역시 "올해는 지구우승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작년 32홈런의 주인공 앤서니 리조가 1루에 버티고 있고, 하비에르 바에스가 2루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3루수 루이스 발부에나, 유격수 스탈린 카스트로가 건재한 가운데 크리스 코글란-아리스멘디 알칸타라-호르헤 솔러로 이어질 외야도 공수 모두 탄탄하다.
무엇보다 내년 컵스가 기대되는 이유는 선발진이다. 존 레스터를 필두로 작년 잠재력이 폭발한 제이크 아리에타, 제이슨 해멀, 카일 헨드릭, 트레비스 우드 등 든든한 선발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믿음직한 마무리 헥터 론돈을 비롯한 불펜진도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물론 여전히 물음표는 있다. 젊은 선수들이 작년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혹은 레스터가 적응에 실패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현지에서 감지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2015년이 컵스가 품은 '염소의 저주'를 떨쳐내기에 최적의 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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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BB= News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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