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는 추억의 시대가 아닌 '지금 이순간'의 감동이 될 수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 같은 일을 해냈다.
3일 방송된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는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 토토가의 마지막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터보, S.E.S, 김현정, 쿨,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 등 10개의 팀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날 오프닝은 쿨이 열었다. 유리 대신 투입된 홍일점 예원(쥬얼리)은 앙칼지게 '애상'의 묘미를 소화해냈고, 무대에 앞서 김성수는 "이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여기에 와 있다. 딸이다"라고 말하며 부성애를 드러내 보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20년 전 에너지 넘치는 안무의 무대를 재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 이어진 '슬퍼지려 하기전에'에서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함께 무대를 즐겼다. 대기실에서 터보 김종국이 "재훈이 형 저렇게 열심히 안했는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거야"란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쿨의 20주년 선물과도 같았다.
다음 주자는 소찬휘. 이제는 동료 가수들에게 본명 '김경희'라는 본명으로 불리는 그는 '현명한 선택', '티어스' 등을 통해 특유의 샤우팅 고음을 들려주며 말그대로 관객들을 휘몰아쳤다. "잔인한! 여자라! 잊지는 마!"라는 가사의 엣지 있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을 만 했다. 원 키로 열창한 소찬휘의 무대에 '100만 볼트 고음'이란 자막이 흘러나왔다. 데뷔 때와 그대로인 음역은 놀라움 자체였다.
지누션은 당시와 똑 같은 모습으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헤어스타일과 아이템을 완벽 재현하며 돌아온 힙합전사들은이 꾸민 '에이 요', '전화번호' 무대는 지금 봐도 세련됐다. 이어진 '말해줘'에서는 이 노래의 히로인 엄정화가 출연, 반가움을 더했다.

조성모는 여전한 미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에 파고들었고, '다짐'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인 '마성의 재킷 털기'로 보는 이를 '홀릭'시켰다. '테크노 전사' 이정현의 무대는 한 마디로 공연 장인이 만들어낸 정성. 서슬퍼런 카리스마와 전매특허 손가락 마이크 퍼포먼스는 여전했다. 장내는 한 바탕 비트의 풍년. 이어진 '줄래'에서는 노래, 안무, 의상, 소품 등 모든 부분에 한 땀 한 땀 정성이 깃들여진 게 보였다.
이어 '내가 엄정화다'를 외치며 등장한 듯한 엄정화의 공연. '초대', '포이즌'은 한 마디로 사람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다. 예전 댄서들도 그대로 등장, 디테일을 살렸다. 변함없는 관능미는 엄정화가 왜 '한국의 마돈나'라고 불리는지를 실감케 했다. 유재석이 깜짝 등장해 댄서로 엄정화와 합을 맞췄다. 역시 유재석은 뭘 하든 자연스럽다.
다음 주자는 "넌 핑계를 대고 있어~"를 외치며 등장한 김건모. '잠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관객들을 촉촉한 감성의 블랙홀로 빠지게 했고, '잘못된 만남'에서는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함께 도리도리 춤을 추며 흥을 나눴다. 모두가 주인공이였던 공연에서도, 김건모는 여전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저력을 갖췄다.
마지막 곡은 터보의 '트위스트 킹'. 앤딩곡으로 더할나위 없는 노래로 모든 출연진이 무대 위에 올라 즐겼다. 김현정의 말대로 한 바탕의 꿈일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집단 최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보여준 무대 속에서 추억의 가수는 없었다. 이들은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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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