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는 올해부터 선수들의 팬서비스를 평가, 상을 주고 연봉 고과에도 반영하다고 선언했다. 최근 2년 연속 관중동원에서 최하위에 그치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야마무로 신야 지바 롯데 구단사장이 "팬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에게는 야구만 일이 아니다"며 팬서비스의 개혁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프로야구의 팬서비스 현주소는 어떤가. 올 겨울 FA 시장에는 역대 최고 몸값 총액 630억6000만원이 오가며 선수들의 가치가 최고조로 치솟았고, 리그는 사상 첫 10구단 체제가 돼 외형을 크게 불렸다. 이제는 1000만 관중 시대가 눈앞이다. 야구장 인프라도 개선되는 등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지금, 이럴 때일수록 작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팬서비스 개선이 그 첫걸음이다. 물론 각 구단들은 관중 동원을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을 펼친다.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팬들과 소통 시간도 갖는다. 문제는 구단들의 노력에 과연 선수들의 의식은 바뀌고 있는지 여부다. '보여주기' 형식의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평소 팬들에게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기 전후로 팬들의 사인·사진·악수 요청을 거절하는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팬들이 환호해도 무표정으로 무시하는 것은 기본. 도망치 듯 뛰어가며 뒤로 사라지는 모습에서 그들을 보러온 팬들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 짜증을 내는 선수도 있다. 평생 팬이 될 수 있는 어린이 팬들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인을 못 해줄 수 있겠지만, 그럴 때는 팬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도 있다. 팬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지만 아직 상당수는 의식이 미흡하다.
물론 야구선수가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은 야구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최고의 팬서비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야구선수가 아니라 '프로' 야구선수다. 프로는 야구만 잘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타이틀이 절대 아니다. 프로라면 그들을 보러오는 팬들에게 '감사와 존중'이 의무다. 성숙되지 못한 팬들도 많지만 팬서비스의 개념이 아예 없는 '스타병' 걸린 선수들이 존재하는 한 프로야구의 미래는 어둡다.
웬만한 스타선수 뺨치는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한화 김성근 감독도 팬들의 사인·사진 요청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 김 감독은 "내가 왜 사인을 다 해주는지 아는가? 어쩌면 그 사람과 평생 한 번 만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인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한이 맺힐 수 있다"며 "팬들을 그냥 지나치면 편하겠지만 그런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일이 있어도 5분 늦으면 된다. 가끔 종이쪼가리에 사인해 달라는 팬을 만나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 팬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잘 나고 못 나고를 떠나 선수들이 그런 의식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지바 롯데처럼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의 팬서비스 평가와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고액연봉을 받고 명예를 누리는 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응원하며 야구장을 찾아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할 게 아니라 작은 행동부터 보여줘야 한다. 최고 인기로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에 걸맞은 겸손이 필요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고 하듯 팬 위의 선수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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