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2015년을 여는 영화-가요의 빅아이템이 공교롭게도 특정 세대의 향수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것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30대를 주축으로 한 1990년대 대중음악의 열렬한 소비층이 MBC '무한도전-토토가' 기획에 열광하고 있는 한편, 극장가에서는 중노년층의 굴곡진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 '국제시장'이 범상치않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답답하고 불안정한 현 시점이 과거로의 향수에 적극 반응하도록 하고 있다는 풀이다.
기성세대와 완전히 차별화해 똘똘 뭉쳤던 X세대들은 또 한번 추억 하나로 상당한 결집력을 자랑하며 '무한도전' 방송 이래 가장 뜨거운 열광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시장'은 중노년층의 이야기를 눈물과 웃음으로 버무려내 20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토토가'의 위력은 다름 아닌 90년대 대중음악의 힘이다. 당시에는 획일화 등의 문제로 잦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지나보니 그만한 히트곡도 없다는 결론. 해당 가수의 팬이었든 아니든 전주만 들어도 즉각 튀어나오는 당시 추억의 힘은 꽤 셌다.
노래가 한번 히트하면, 개인의 취향과 관계 없이 거리마다, 축제마다 수달째 들려오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일. 그 세대와 교집합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건모, 엄정화 등의 영향력에서 100% 독립돼있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온라인 상에는 "내가 그 가수의 노래를 이렇게 다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다", "전주만 들어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토토가'의 지난 3일 방송은 무려 2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죽지 않은' 30대의 왕성한 문화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50대 이상 중노년층은 '국제시장'으로 위로 받고 있는 중. 황정민이 연기하는 덕수는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으로 겨우 부산으로 피난에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동생을 잃어버린 실향민이다. 이어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갔다가, 베트남 전쟁까지 참전하는, 정말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고스란히 견뎌낸다.
그 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배경과 남진, 앙드레김 등 유명인사의 등장, 이산가족 찾기 등 보고만 있어도 절로 눈물이 흐르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적절히 버무린 스토리는 그야말로 향수 완전체로 볼 수 있는 상태.
흥행작의 필수 요건인 '논쟁'과 '노이즈'도 있었다. 주인공이 성장 중심의 '잘 먹고 잘 살기'에 주력해온 인물이다보니 성장 제일주의를 긍정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나, 이들의 고생과 희생이 거듭 강조되면서 '요즘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개봉 초기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태.
그러나 20~30대 관객들도 '어르신'들의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정치적 논쟁은 다소 억지였다는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어 개봉 초기 논쟁이 오히려 흥행을 더 도운 셈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화는 개봉 18일 만인 지난 3일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 12월 17일 개봉해 4일만에 100만, 8일만에 200만, 10일만에 300만을 동원한 '국제시장'은 12일만에 400만, 15일만에 500만, 16일만에 600만, 18일만에 700만을 돌파하는 등 개봉 3주차에 관객수가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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