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G 마라톤’ LG 생존 시나리오 집중분석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04 13: 00

2015시즌의 화두는 ‘생존’이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144경기 시즌. 지난 2년과 달리 3일 휴식기도 없다. 베스트9이 강해도,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마라톤에서 생존하는 팀만이 가을잔치 티켓을 가져갈 것이다.
LG 트윈스 역시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수년간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신진세력 도약을 필수다. 양상문 감독은 “144경기 긴 시즌이 됐다. 선수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들이 쉬는 타이밍에 젊은 선수들을 기용, 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겠다”고 2015시즌 밑그림을 그렸다. 스프링캠프까지는 ‘-12일’.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2015시즌 구상을 포지션 별로 분석했다.
▲ 투수진: 시즌 초반 선발진 운용이 가장 중요

류제국이 없는 한 달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두터운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으나, 선발투수가 이닝을 먹어주지 못하면 불펜진도 무너지게 된다. 하렐 소사 우규민 뒤에 자리할 두 명의 선발투수를 발굴해야만 한다. 후보는 많다. 김광삼 임정우 장진용 임지섭 신동훈 유경국 김지용 등이 스프링캠프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김광삼은 2012년 10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1년 재활을 마치고 2014시즌에 복귀하려 했으나, 수술 부위에 뼛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2014년 4월 재수술을 받은 김광삼은 결국 2년 동안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지만, 2015시즌 복귀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순조롭게 재활이 이뤄지고 있고, 시간도 충분하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투수의 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김광삼은 선발진 후보 중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2010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3년 동안 308⅓이닝을 책임졌다. 선발진 원투펀치는 아니었지만,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노하우를 지녔다. 김광삼이 100% 컨디션을 찾고 선발투수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LG 선발진은 가장 안정적인 카드를 얻게 된다.
임정우는 일찍이 양상문 감독으로부터 미래의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실제로 임정우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약 세 달을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뛰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10경기서 평균자책점 6.52로 부진했으나 양 감독은 여전히 임정우를 선발투수로 보고 있다. 이제 만 24세, 성장 가능성은 높다.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1.56을 마크, 1군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커브·슬라이더·포크볼까지 변화구는 갖춘 상태다. 패스트볼의 구위와 제구력만 올라온다면, 5선발 이상의 몫을 해낼 것이다.  
장진용도 지난해 임정우처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8월 20일 넥센전과 8월 28일 SK전에 선발 등판, 6년 만에 1군무대로 돌아왔다. 만일 LG가 10월 17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이전에 4위를 확정지었다면, 장진용은 한 번 더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았을 것이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절묘한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잡는 스타일이다. 2군 포수들은 장진용을 두고 “진용이형이 마운드에 오르면 이기겠다는 확신이 선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장진용은 상무 시절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퓨처스리그에선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양 감독은 장진용의 경험과 노련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지섭 신동훈 유경국 김지용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신인 임지섭은 특별관리 대상으로 오버페이스는 금물이다. 물론 넷 모두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일 년 동안 투구폼을 뜯어고친 임지섭의 경우, 구속도 한창 좋았을 때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차명석 수석코치는 지난해 11월 일본 고치 캠프에서 이들의 상태를 보고 난 후 “당장 1군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쓸 수 있을지는 확답을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지금 당장의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하고 더 기량이 향상되어야 1군 선발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선발투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LG는 2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고민에 빠졌었다. 2013시즌을 앞두고 리즈와 주키치 외에 선발투수 세 자리가 비어있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진 경쟁이 벌어졌고, 우규민 류제국 신정락이 당해 31승을 합작했다. 다시 한 번 선발투수 발굴에 성공할 경우, LG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올라갈 확률이 높다.
불펜진은 LG의 최대 강점이다. 2014시즌 철저한 관리 속에서 불펜진을 운용하면서도 불펜투수 6명이 모두 필승조로 활약하는 이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봉중근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윤지웅은 상황과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때문에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불펜진은 2015시즌에도 원활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2015시즌 정찬헌과 윤지웅의 비중을 더 높일 계획. 향후 이들이 LG 불펜의 중심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사이드암 투수 부재는 김선규와 신승현으로 메울 수 있고, 정현욱 이상열 등의 베테랑도 1군 복귀를 노린다. 최동환 한희 이범준 배민관 이승현도 1군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 야수진: 신구조화 절실...오지환 최승준 채은성 김용의 문선재 박지규 주목  
선발투수 발굴만큼이나 야수진의 신구조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신구조화 성공여부에 따라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양 감독은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이 앞으로 2, 3년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이는 오지환이다. 이미 수비에선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유격수로서 수비범위와 송구능력만 놓고 보면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런데 오지환의 재능은 수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빠른 다리를 지니고 있고, 홈런을 칠 수 있는 힘도 있다. 체력도 강하다. 양 감독은 지난해 오지환을 두고 “수비에서 힘을 뺀 만큼, 내년에는 타격에서도 힘을 뺄 수 있게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2할8푼은 칠 수 있는 타자가 돼야 한다. 충분히 그렇게 될 능력이 있다고 본다. 타율이 올라가면, 도루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2할8푼만 쳐줘도 30도루 이상이 가능하다”며 오지환의 리드오프 기용 가능성을 비췄다.
오지환이 1번 타자로 활약한다면, LG는 오지환-정성훈-박용택-이병규(7번)-이진영의 상위타선을 만들 수 있다. 그 뒤로는 이병규(9번)와 한나한이 자리한다. 30도루가 가능한 오지환의 주력과 베테랑 타자들의 타점 능력이 조화를 이루면, LG의 공격력은 급상승할 것이다.
지난해 1군 무대서 강한 인상을 남긴 최승준과 채은성도 주목해야한다. 최승준은 거포, 채은성은 중장거리 타자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둘 다 LG가 절실한 우타자인 것도 플러스 요인. 일단 수비 위치는 최승준이 1루, 채은성은 1루와 코너 외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이 완전한 1군 선수가 된다면, 걱정 없이 베테랑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LG 외야수비 강화에 키를 쥐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치 캠프에서 외야수비 훈련에 전념, 2015시즌 중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빠른 다리를 지닌 만큼, 드넓은 잠실구장에 적합한 중견수가 되기 위해 땀을 쏟았다. 양 감독은 “강팀이 되려면 탄탄한 수비는 필수다. 한나한을 데려와 내야진을 안정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용의와 선재로 외야수비까지 많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수 전환에 기대를 걸었다.
대졸 신인 박지규는 내야진에 새로운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 합류가 유력할 만큼, 타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명석 수석코치는 고치에서 박지규를 지켜보면서 “타격은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났다. 수비도 100점 만점에 70점은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규의 주요 포지션은 2루와 3루. 박경수의 kt 이적과 김용의 문선재의 외야전환을 박지규가 메울지도 모른다.
포수진도 수혈이 시급하다. 최경철이 2014시즌의 저력을 이어가도 최경철을 백업할 포수를 찾아야한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2013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윤요섭의 부활이다.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인 만큼, 윤요섭이 돌아오면 LG 포수진은 여유가 생긴다. LG는 지난 두 시즌을 최경철과 윤요섭의 투혼으로 버텨냈다. 둘이 베테랑 역할을 하고, 유강남 조윤준 김창혁 등이 치고 올라와야 포수난에서 벗어날 것이다.
정의윤 백창수 황목치승 김영관 역시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지난해 이병규(7번)가 4번 타자로 도약한 것처럼, 정의윤도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 백창수 황목치승 김영관은 내야진에 힘을 더한다.
양 감독은 2013년 4월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모두 마쳐야한다. 그리고 시즌에 들어가서 키워야할 선수는 최소 50, 60경기 출장은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다”며 롯데 사령탑 시절 새얼굴들을 키워낸 비결을 전한 바 있다. 양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맞이하는 첫 번째 스프링캠프는 오는 16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작된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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