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원조는 안되고 ‘무도’는 돼? ‘토토가’ 감동, 왜 더 컸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04 10: 43

이쯤 되면 원조 프로그램이 상당히 배가 아플 수도 있다. 대놓고 ‘표절’이라고 못박았던 ‘무한도전’의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그야말로 대박을 넘어 열풍이다.
물론 시작은 허접했다. 1990년대 한국 가요계를 빛냈던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점에서 2011년 방송됐던 SBS 플러스 ‘컴백쇼 톱10’의 ‘짝퉁’ 기획으로 시작했기 때문. 더욱이 MBC 인기 프로그램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나는 가수다’를 합친 제목까지 작정하고 즐겁게 웃고 떠드는 ‘B급’을 지향하는 듯 보여 더욱 기대를 모았다. 언제나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무한도전’이 했기에 다소 전성기가 지난 가수들의 재기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무대만으로도 감동적이었고, 시청자들의 추억을 제대로 자극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됐던 일들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3일 무려 두 달간 준비했던 ‘토토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방송했다. ‘토토가’는 지난 해 11월 1일 ‘특별 기획전’으로 첫 삽을 떴다. 이 대형 기획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사소했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다소 장난기 가득하게 설명한 ‘토토가’는 박명수가 진행자로 나섰던 ‘컴백쇼 톱10’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멤버들의 야유 속에 출발했다.

3년 전 소리 없이 종영했던 ‘컴백쇼 톱10’은 이주노, 리아, 김현성, R.E.F, 쿨, 잼, 김정남, 구피, 클레오 등이 출연해 재기의 무대를 꾸미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구성은 달랐지만 추억의 가수들이 한데 모인다는 점에서 ‘토토가’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무한도전’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저조한 관심 속에 조기 종영됐다.
출연 가수들과 방송 프로그램이 풍기는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무한도전’은 원조 프로그램을 넘는 세련된 구성과 세밀하게 준비된 기획력이 있었다. 판을 키운 것은 언제나, 어떤 주제나 독하디 독하게 달려들어 완성도 높은 장을 만드는 제작진이었다. 대놓고 다시 인기를 얻고 싶다고 말해 더욱 호감이 가는 터보의 김정남부터 ‘문화 대통령’ 서태지까지 그야말로 1990년대에 활동했던 인기 가수들을 다 만나고 다녔다. 축제의 장을 꾸미기 전 사전 섭외 과정은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지금의 ‘토토가’ 열풍의 예열이었다.
그 사이 멤버 노홍철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재촬영을 하기도 했지만 두 달간 틈틈이 예고처럼 방송된 준비 과정은 시청자들을 1990년대 추억의 노래로 소환되는데 전혀 거리낌 없게 만들었다. 늘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도, 잠시 무대를 떠나 있는 가수들도 모두 열과 성을 다해 무대를 준비했기에 그들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탄생한 ‘토토가’ 무대는 터보, 김현정, S.E.S, 쿨, 지누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소찬휘, 김건모의 흥이 넘치는 무대를 보고 신나게 들썩거리다가, 오랜 만에 열기 가득한 무대를 마친 가수들의 감동 어린 표정에 함께 눈물을 흘리게 했다. 
무엇보다도 제작진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1990년대 무대 영상 삽입과 시청자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감각적인 편집과 자막 활용은 이번 '토토가'의 숨은 공신이었다. 단순해보이는 일이지만 알고 보면 그야말로 고생스러운 세세한 편집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무한도전’은 10여년간 방송되며 이 같은 신나고 감동적인 무대를 여러 만들었다. 휑하고 다소 초라한 무대에서 시작했던 가요제가 2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열리는 대형으로 커지는 과정도 있었고,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박명수가 작곡을 해서 무대에 올리는 ‘맨땅에 헤딩하는’ 도전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1990년대 감성을 흠뻑 자극하는 ‘토토가’로 시청자들에게 벅찬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록 원조는 아니고 새로운 구성은 아니었지만, 섭외부터 가수들과 함께 흥 넘치는 무대를 만든 것 역시 ‘무한도전’다운 도전이었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