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엽, "사상 첫 400홈런 달성 기대된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1.04 14: 42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 주고 싶다".
'국민타자' 이승엽(39, 삼성)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며 이렇게 말했다. 2013년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으로 부진했던 이승엽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의 각오로 파격에 가까운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대성공. 그는 타율 3할8리(506타수 156안타) 32홈런 101타점 83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국민타자의 명성을 되찾았다.
이승엽은 4일 오전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우리 팀이 우승했으니 만족한다"며 "개인적으로는 2013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불혹이 된 이승엽.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아 이제 너도 마흔이네' 라고 말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전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야구에서 나이, 학력, 재력 등 모든 게 무의미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야구장에 가면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다 똑같다.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개인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한다. 지난 시즌을 되돌아본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우리 팀이 우승했으니 만족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013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 주고 싶다.
 
-한국시리즈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안심을 하고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너무 좋았던 게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됐다. 한국시리즈 이틀 전부터 나도 모르게 컨디션이 확 떨어졌다. 경기 전날부터 불안한 마음이 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겼으니 마음 편히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훈련할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지난달 24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제이드 휘트니스 센터와 세진헬스를 오가며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맘때쯤 운동을 시작해야 캠프에 가서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년에 비해 훈련 강도는 조금 낮췄다. 부상 방지와 밸런스 유지에 신경을 쓰면서 내가 가진 것에서 100%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제 열흘 정도 됐는데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지난해 타격 자세를 일부 바꿔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번에도 변화를 줄 부분이 있는가.
▲타격할때 손 위치를 조금 수정할까 말까 생각 중이다. 한국시리즈 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게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전훈 캠프 때 타격 코치님과 한 번 상의해볼 생각이다. 나이와 타격 컨디션을 고려해 실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폼을 만들겠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됐다.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아 이제 너도 마흔이네' 라고 말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전혀 없다. 야구에서 나이, 학력, 재력 등 모든 게 무의미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야구장에 가면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다 똑같다.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마음 뿐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해 기대치가 상승했을 것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이만큼 했으니 더 잘 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다. 현재 느낌은 좋다. 최소한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올해부터 10구단 체제로 바뀌고 경기수도 늘어났다.
▲타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가 4일간 경기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1주일 이상 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실전 감각 유지에도 좋지 않았다. 반면 투수들의 휴식 기간이 더 줄어 들었으니 타자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일본에서 142경기까지 뛴 적이 있는데 그다지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이동거리가 더 적을 뿐만 아니라 야간 경기도 많고 여름에도 훈련량을 조절할 수 있어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오릭스에서 함께 뛰었던 피가로와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피가로의 삼성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던데.
▲그건 스카우트 파트에서 좋게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2011년 함께 뛰었는데 성격도 좋고 같은 아파트에 살아 가깝께 지냈다. 피가로에게 "나중에 한국에서 같이 뛰자"고 말했었는데 정말 함께 뛰게 됐다. 괌 캠프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같은 선수 신분이지만 피가로가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에도 이승엽 선수를 키플레이어로 낙점했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하라는 의미 아닐까. 나 역시 야구에 대한 욕심은 많다. 작년에 잘했다고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건 변함없다. 나는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하고 후배들은 나를 뛰어 넘으려고 하고. 류중일 감독님이 원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 아닐까 싶다.
-대구구장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목표는 통합 5연패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목표이자 의무다. 이유없이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뿐이다. 초등학교 때 대구구장에서 뛰며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구장에서 뛰며 이승엽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다. 최신식 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의 아쉬움도 든다. 통합 5연패를 달성해 대구구장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올 시즌 개인 통산 400홈런을 비롯해 각종 기록이 쏟아질 것 같은데.
▲400홈런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비록 8년간 떠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400홈런 달성은 굉장히 의미있다. 내가 이만큼 잘 하리라 상상도 못했고 마흔까지 뛸 것이라 꿈에도 몰랐고 400홈런 달성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인 만큼 기대된다.
-올 시즌 목표가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이 최소한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144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명타자라도 나이가 있으니 체력 관리를 잘 해 야구장에서 항상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과 잘 융화해 통합 5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벤치에서도 해야 할 부분이 있고. 여러 부분에서 할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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