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는 즐거운데 나는 왜 울컥할까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1.04 15: 21

[OSEN=김윤지의 몽땅연필] 이상하다. '토토가'는 분명 흥겨운 축제의 장이었는데, 시청자들은 '울컥했다'고 표현했다. 슬픈 장면이 아닌데 돌아온 전설들의 열띤 무대는 뭉클함을 안겼다. 
지난 달 27일, 3일 2주에 걸쳐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3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시절 노래들이 음원차트에 등장했다. 그동안 근황을 알 수 없었던 김정남이나 지누는 다시 주목받았고, 오랜만에 무대에 선 엄정화 김종국 김성수 등은 프로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MC로 이본을 내세운 데다가 무대디자인, 촬영, 자막 등 당시 유행 기법을 도입해 다 함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1990년대가 각광 받는 것은 '토토가'가 처음은 아니다. '토토가' 이전에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 개론'이 있었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시리즈 모두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에 1990년대 대중가요를 결합시켰다. 주된 이야기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해 의상부터 소품까지 섬세하게 재현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설레는 로맨스에 열광했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재해석이 가미됐다면, '토토가'는 1990년대를 그대로 옮겨놨다. 당시의 인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 것이다.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섭외력이기도 했다. 가수들의 노래와 춤은 20년 전과 똑같았지만, 분명 아니를 먹고 성숙해졌다. 세월이 흐른 탓이다. 마냥 깜찍했던 걸그룹 멤버는 세 아이의 엄마가 돼 의상을 걱정했고,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소찬휘는 본명 김경희로 불리며 친근해졌다. 멤버가 이미 세상을 떠난 그룹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반갑고 찡했다. 시청자들은 '토토가'를 보며 그들의 전성기처럼 반짝거렸던 유년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 시절이 어떤 의미에서 참 좋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1990년대는 대중가요가 풍요롭게 꽃피우던 시기였다. '토토가' 출연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아이돌부터 힙합, R&B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었고, 요즘엔 보기 드문 솔로와 혼성그룹도 상당했다.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는 오늘날의 음악 시장과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사회,경제적인 배경도 한 몫했다. 당시 사회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초중반까지 경제는 가파르게 발전했다. 현재 소비의 주체인 30,40대들이 그런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힘입어 이전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또 성실한 하루하루가 쌓여 행복한 내일을 약속하던 시절이었다. IMF가 닥치기 이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장기적인 경제불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단순히 과거여서가 아니라, 1990년대가 호시절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과거는 항상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잊고 살던 시절을 재현한 것만으로 '토토가'는 즐겁고, 또 애틋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1990년대는 앞으로도 콘텐츠 소재로 사랑 받을 것이다. '토토가'는 끝났지만, 당신들과 함께 빛났던 1990년대와 그 시절 대중가요가 영원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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