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다룬 아이템들이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부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1994', 그리고 이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도-토토가')'까지, 90년대 향수를 다룬 아이템들이 연달아 대중을 사로잡으며 '대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지난 2012년 3월 개봉한 '건축학개론'은 '복고'라는 아이템을 대중문화계의 주류로 자리매김시켰다. '건축학개론'이 본격적인 복고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극 중 과거 승민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과 과거 서연 역을 맡은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나오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90년대 물건들은 보는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CD 플레이어를 재생,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장면은 클릭 하나면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추억을 끄집어냈고 뿐만 아니라 삐삐, 그 당시의 의상 역시 모두를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덕분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은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중문화 트렌드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자음악 일색이던 클럽이 점차 잊혀져가고 90년대 음악을 틀어주는 '밤과 음악사이(이하 밤음사)'라는 복고 클럽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90년대, 교복 차림으로 학교 방송실에서 틀어주던 음악을 즐긴 세대들은 어느덧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맨 채 밤음사를 찾아 당시를 떠올리며 즐겼고 90년대를 기억하는 다른 이들도 밤음사에 모여들며 당시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렇듯 90년대 문화가 가진 상품성을 확실히 입증시켜준 작품은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 먼저 선을 보였던 '응답하라 1997'은 7080을 떠올리던 복고와는 또 다른 '신(新) 복고'를 표방, 1990년대를 주인공으로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H.O.T 광팬 성시원(정은지 분)을 주인공으로 당시 H.O.T와 젝스키스 팬끼리의 대결, 천리안과 하이텔로 컴퓨터를 즐기는 등 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설정들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시작된 '응답하라 1994' 역시 서태지와 농구대잔치, '마지막 승부'와 '서울의 달' 등 추억의 드라마, 비디오방과 록카페 등 그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재들을 드라마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향수를 자극,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타석 홈런을 가능케 했다.
공연계에서도 발빠르게 복고 아이템을 선택, '백 투 더(Back to the) 90's'라는 콘셉트로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출연하는 '청춘 나이트' 콘서트를 개최해 팬들과 노래로 호흡했고 그 연장선상으로 이번 '무도-토토가'가 본격 90년대 활동 가수들의 재결합을 이뤄내 복고 아이템의 절정을 찍었다.
이처럼 90년대는 가장 핫 한 아이템 중 하나. '무도-토토가' 방송 이후 터보, 김건모, 김현정, 이정현, S.E.S 등 출연 가수들의 노래들이 실시간 음원 차트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더하고 있고 앞으로 공연, 앨범을 오가며 이들의 활동 역시 계속될 전망이라 새해에도 '백 투 더 90's'의 열풍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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