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K팝스타4'는 최강자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오히려 더 흥미진진해졌다. 특히 우승 후보가 예선에서 맞붙었다고 평가 받던 이진아팀과 케이티김팀의 동반 혹평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날 치러진 팀 매치는 각자의 실력과 별개로 상대와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더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말도 안된다"는 평가를 받던 이진아, 토니음, 우녕인 팀과 케이티김, 지수연, 에스더김 팀의 대결. 박진영은 "오늘의 메인 이벤트"라고, 유희열은 "월드컵으로 치면 우승 후보팀이 예선에서 맞붙은 꼴"이라고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 나란히 기대 이하였다. 케이티김팀은 너무 무난했고, 이진아팀은 서로 어우러지지 못한 것.
마이클 잭슨의 '비트 잇(Beat it)'을 선곡한 이들은 소울풀한 보컬을 자랑하며 무대를 꾸몄지만 박진영은 "설렘을 갖고 보는데, 예상한 틀 안에 있었다. 케이티랑 에스더 둘 다 이전까지는 예상하지 않는 길로 가는 스킬이 있었는데, 이번에 아쉽다. 편곡 자체가 이렇게 가니까 그대로인거 같다. 기대가 커서인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진아, 토니음, 우녕인의 무대는 더 예상 외였다. 기존 통통 튀는 색깔이 사라져버린 것. 편곡 과정에서 의견을 합치시키기 어려워보였던 이들은 결국 조화에 실패했다.
이들은 지드래곤의 '블랙'을 선곡, 셋 다 연주를 하며 무대를 꾸몄는데 심사위원의 반응은 냉랭했다. 박진영은 "왜 이리 흔한 코드를 썼나. 이 곡이 의외로 무난해지고 심심해졌다. 코드가 너무 토니음한테만 맞는 코드다. 코드를 토니음이 짜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양현석은 "YG 곡은 드라마틱하게 편곡하기가 어렵다. '블랙'은 오디션에서 불려진 적이 없을 거다"고, 유희열은 "세 사람의 주특기는 다 다른데, 모여서 절충해야 하는게 그게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승자는 2 대 1의 평가로, 에스더김, 케이티김, 지수연 팀이 승리했다. 탈락자는 토니음으로 결정됐다. 최강자들이 탈락을 면했지만, 이들도 혹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살벌한 분위기를 더욱 업시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무대도 있었다. 박윤하 기다온, 릴리 강푸름 나수현의 팀 대결이었다. 이들의 무대는 예상보다 훨씬 셌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먼저 무대에 선 릴리, 강푸름, 나수현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을 부르자마자 심사위원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유희열은 이들의 노래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 장면이 모두 재밌는 영화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윤하, 기다온은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불렀다. 양현석은 "박진영씨는 두 사람이 요즘 목소리라고 했는데 난 생각이 다르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시대를 안타는 것 같다. 20년 전에도, 20년 후에도 이 목소리는 인기 있을 거 같다"고 극찬했다.
결국 2 대 1로 박윤하, 기다온 팀이 이겼다. 한명의 탈락자는 나수현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화음을 맞춘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이는 전소현-에이다 웡의 팀이 잘 보여줬다. 시작은 좋았으나 고음으로 넘어가면서 음정이 불안해진 것. 유희열은 "서로 갖고 있는 매력은 굉장한데 둘이 딱 부딪히니까 안맞다. 스윗소로우나 그런 친구들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는데.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들과 붙은 서예안과 이세림은 화음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씨스타의 '아이 스웨어'를 깜찍하게 불렀는데 박진영은 "노래를 대충 부르라고 심사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는데, 힘을 빼라는 뜻이었다. 그걸 특히 예안양이 잘 보여준 것 같다. 정말 노래 대충 부른다. 선예와 예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걸그룹에 저런 두 보컬이 있으면 굉장히 유리하다"고 흡족해했다. 탈락자는 에이다 웡이었다.
예상 밖의 팀이 도저히 탈락자를 뽑기 힘든 박빙을 펼치고, 너무나 기대됐던 매치가 아쉬운 실망만 남긴 대반전.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실력을 남과 어우러지게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반전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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