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우디] 쌍용 없는 슈틸리케호, 속 빠진 찐빵이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04 19: 55

슈틸리케호가 '쌍용'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청용(볼튼)의 공백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이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을 17전 5승 7무 5패로 맞춤과 동시에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대표팀서 오랜 시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기성용은 이날 벤치서 대기했다. 지난 2일 소속팀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이날 오전 대표팀에 합류한 터라 뛰기엔 무리가 있었다. 방전된 체력에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했다. 2일 호주에 입성한 부동의 우측면 날개 이청용도 벤치를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 대신 박주호(마인츠)-한국영(카타르 SC)카드를 선보였다. 이청용의 자리엔 조영철(카타르 SC)이 자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1월 요르단전서도 기성용을 벤치에 앉힌 채 한국영 원볼란치 카드를 선택했다. 전반에 원하던 내용을 얻지 못하자 후반 들어 장현수를 투입하며 투볼란치로 변화를 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어쩔 수 없이 기성용이 빠진 중원에 플랜B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청용의 자리에도 조영철, 한교원 등을 실험을 이어갔다. 부상, 카드 등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대회를 준비하는 슈틸리케호로서는 나쁠 것 없는 실험이었다.
한국영은 그간 반박자 빠른 커팅과 돋보이는 태클을 앞세워 기성용의 파트너로 활약했다. 박주호는 지난해 11월 기성용의 짝으로 낙점 받아 멀티 플레이어의 위용을 과시했다. 박주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28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일조한 바 있다.
박주호는 중원에 위치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도맡았다. 그간 기성용이 대표팀서 부동으로 해냈던 임무였다. 한국영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포백라인 바로 앞에서 1차 저지선 역을 맡았다.
박주호는 전반 10분 중앙선 부근서 정확한 침투 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이근호가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지만 박주호의 과감한 시도와 자로 잰 듯한 패스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특히 본업이 수비수인 박주호는 상대 공격수의 경로를 수 차례 사전 차단하며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하지만 2% 부족했다. 박주호-한국영 라인은 기성용의 공백을 모두 메우지는 못했다. 1차 저지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빌드업이 아쉬웠다. 슈틸리케 감독도 후반 들어 박주호를 레프트백으로 내리고, 이명주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실험을 계속해야 했다.
우측면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이 전반 내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부진하자 그를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올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교원(전북)을 우측면에 위치시켰다. 다양한 실험의 효과는 있었으나 기성용과 이청용의 공백을 뼈저리게 절감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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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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