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울산)가 선배 정성룡(수원)을 따돌리고 안갯속이던 아시안컵 주전 수문장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이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을 17전 5승 7무 5패로 맞춤과 동시에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뒷문의 주인공은 무주공산이었다. 김진현을 비롯해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 등 세 명의 기량이 엇비슷한데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 이후 번갈아 골문을 지킨 터라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했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4번의 A매치에서 가장 앞서간 이는 김진현이다. 총 2경기서 골문을 사수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란전 0-1 패배에도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서 각각 2경기와 1경기서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과 김승규는 나란히 한 차례씩 기회를 부여받았다.
김진현은 지난 10월 파라과이(2-0 승)전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고, 11월 이란전서는 1실점했다. 정성룡은 약체 요르단(11월)전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지휘했다. 김승규는 브라질 월드컵 8강팀인 코스타리카(10월)전서 3실점하며 1-3 패배의 쓴맛을 다셨다.
사우디전은 아시안컵의 주전 수문장을 가늠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김진현이 바늘귀 경쟁을 통과해 먼저 선택을 받았다. 베테랑 정성룡과 차세대 수문장 김승규를 제치고 선발 출격했다. 김승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진현과 바통을 터치하며 기회를 잡았다.
김진현은 전반 초반 한 차례 킥 실수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무난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전반 중반 선방쇼는 눈부셨다. 전반 28분 나와프 알라비드가 골대 구석을 향하는 기습적인 오버헤드킥을 날렸지만 김진현이 긴 팔을 쭉 뻗어 쳐냈다. 시드니 교민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은 당연했다.
후반 들어 뒷문을 지킨 김승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았다. 반박자 빠른 판단에 의한 과감한 펀칭으로 위기를 넘겼다. 종료 직전에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뽐냈다. 사각지대를 향하는 상대 공격수의 날카로운 슈팅을 연달아 몸을 던져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한국은 9일 개막하는 2015 AFC 아시안컵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지난 1956년과 1960년 1, 2회 대회서 2연패를 달성했던 한국은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린다. 뒷문 안정은 반세기 만에 우승을 조준하는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만전서 골키퍼 장갑을 차지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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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