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지나고나서야 가장 아름다운, 정작 그 시기를 통과할 땐 '아프다'만 연발해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단순히 해사한 외모와 매사 호기심 어린 눈빛만으로는 청춘을 논할 수 없다.
그래서 인피니트F에게 물었다. 청춘을 주제로 한 '청'이라는 앨범으로, 걸그룹 뺨치는 외모를 자랑하면서 활동을 이어온 이들에게 그 개구쟁이 같은 면모 뒤에 숨겨놓은 진짜 청춘은 어떤지.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장난끼 많고, 밝기만 했던 멤버들이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상당한 분량은 너무 솔직해서 언젠가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들어야 할 것 같다. 멤버들은 방송이든, 언론인터뷰든 무조건 솔직하게 하고, 이후 편집은 기자와 PD에 맡긴다고 했다. 이런 태도가 아마도 인기 비결일 것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큰 부담'을 지고 옮기는 세 멤버와의 인터뷰.

남은 분량도 언젠가 대중과 툭 터놓고 얘기 나눌 수 있길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옮긴다.
# 기존에 몰랐던 애교, 많이 늘었죠
OSEN(이하 O) - 인피니트F는 외모순으로 결성된 건가요?
성열 : 그게 아니라 그냥 밝고 풋풋한 이미지 세 명을 모은 거에요. 막내라인이고 활기차고 건강한 이미지니까.

O - 뮤직비디오가 걸그룹보다 더 상큼하던데요?
성종 : 인피니트F로 활동하먼서 엘 형의 애교도 볼 수 있었어요. 성열이형도 애교가 많고요. 기존에 못봤던 애교 같은 걸 볼 수 있었죠.
엘 : 앞으로도 유닛이 나올 수 있다면 저희만의 밝은 색깔로 앨범을 내고 싶어요. 5년차 아이돌로서 청량감을 시도하긴 쉽지 않은데, 그 계보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O - 예쁘다는 말은 어때요?
성열 : 처음엔 싫었죠.
성종 : 싫었는데 얘네만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는 말이 좋아요.
# 인피니트, 끈끈함 최고

O - 내년이면 벌써 5년차잖아요. 5년차만 되면 다 그 질문을 해요. 멤버간 사이는 괜찮니? 라는.(웃음)
성열 : 안 싸울 수는 없어요. 같이 살아온 세월이 7년이 넘는데, 그 시간 속에서 굉장히 많이 싸웠죠. 그런데 그게 우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시기하고 질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데 상처받는 말이라도 그 자리에서 풀고 넘어가요. 그래야 앙금이 남지도 않고. 사실 지금보다 초기 연습생 시절에 더 많이 싸웠어요. 다른 팀들은 오히려 반대라고 하는데. 사실 연습생 때는 저희끼리 친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초기엔 (멤버들에게)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친해지기보다 동생처럼 따라 다니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친구처럼 잘 지내요.
엘 : 지금은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더 많아요. 안무연습 할 때도, 스케줄을 소화할 때도, 사적일 때도 트러블이 없는 게 많이 싸워봐서일 거예요. 이제는 서로 싫어하는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 있어 잘 지낼 수 있는 거 같아요.
성열 : 누구 주먹이 제일 아픈지 잘 알고 있는거죠!(웃음)
O - 물론 소속사의 서포트도 많았지만, 멤버들도 워낙 잘했잖아요. 바닥부터, 정말 자수성가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런 평가는 어때요.
성종 : 멤버들도 열심히 해주고 사장님도 다 같이 피땀 흘리며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모든 분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죠.
엘 : 자수성가라기보다는 모든 스태프들이 고생해 이뤄낸 결과라, 모두가 다 같이 이뤄낸 거죠.
성열 : 사장님이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스태프들,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잘 챙기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엘 : 다른 그룹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팀이 끈끈함은 최고인 것 같아요.

O - 연습생 시절, 기억나요?
성열 : 예전엔 난방도 하나도 안돼서 패딩 껴입고 있었는데 그래도 재워주는 게 어디냐 하며 지냈어요. 지금 사옥을 본 연습생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고생을 몰라’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웃음)
# 가만히 쉴 수 없어요. 뭐라도 해야죠!
O - 이제 20대 중반인데 막연하게 힘들 때, 불안할 때가 있지 않아요?
성열 : ‘추격자’ 활동 전 잠깐 쉰 적이 있어요. 처음 한두 달은 좋았는데 그게 계속되니 불면증도 생기고 원형 탈모도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냥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춘기 같이 고민도 많아지고 일을 이렇게 안하는 데 뭘 먹고 살아가지 하며 슬럼프에 빠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뭘 잘하지?’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거예요. 일이 없으니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고.
O 지금은 원형탈모 다 나았어요?
성열 : 지금은 다 메꿔졌어요.(웃음)
O -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어요?
성열 : 생각을 깊이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도 필요했던 것 같은데, 그 시기에는 하루하루 아무 생각도 없고 밥도 매일 시켜먹고 카드에 돈도 없어서 회사에 연락 하고 그랬어요. 시기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해결됐어요. 바쁘면 몸이 지치지만 마음은 행복해요.
엘 : 정말 솔직한데요.(웃음)
O - 지금의 고민은 뭘까요. 고민이 전혀 없을 거 같지만 그렇진 않겠죠.
엘 : 가수 이외에 사진, 연기, 기타 등 다양한 쪽도 도전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돼요. 애초에 그 분야에서 잘하는 분들이 많아 부담감도 있고. 다른 분야에 도전을 하며 항상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모두 그런 고민이 있겠지만 저는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열심히 했지만 상태가 안 좋거나 잘못 나오거나 할 때가 있잖아요. 댓글도 많이 봐요. 댓글 천 개가 있으면 그걸 하나하나 다 봐요.

O - 그건 안좋을텐데.
엘 :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거에 대해 상처도 많이 받고. 작년 여름에 ‘그 해 여름’ 콘서트를 할 당시 영상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멘트 중 하나만 부각돼서 ‘내 외적인 모습에 다른 부분이 묻힌다’ 이렇게 기사가 난 거예요. 욕을 많이 먹었어요. 댓글이 삼천 개였는데 90%가 욕이었어요. 많이 속상하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잘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죠. 데뷔 초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심해졌어요.
O - 안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엘 : 나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건데 안 볼 수 없잖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게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고. 자세히 봐야죠.
O - 쉴 때도 제대로 못 쉴 거 같아요.
엘 : 전 성격 자체가 쉬는 동안에도 뭘 계속 해야돼요.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렇게 안하면 내가 못버텨요. 얼마 전에도 아팠는데 뒹굴뒹굴 하는 것보다 차라리 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성종 : 제 요즘 고민은 참을성 문제예요. 모든 걸 너무 참아요. 예전에 경락을 받았는데 많이 아픈 거예요. 그래도 참아야 되나 보다, 하고 참았거든요. 그랬더니 목에 심하게 화상을 입었어요.(웃음) 아픈 것도 잘 참고 뭐든지 너무 참는 게 고민이에요. 그런데 참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제 숙제예요.
엘 : 사람을 만나자니 친구들은 학생이거나 직장인인데 갑자기 불러내기 미안하잖아요. 그리고 용기내서 친구들을 불렀는데 친구들이 바빠서 못나오면 기분이 더 침체돼요. 겨울이라서 그렇겠죠?(웃음)
O - 다들 굉장히 성공지향적인 것 같아요. 소소한 행복보다는 자기 단련에 더 기쁨을 느끼는?
성열 : 저는 아니에요. 일상에서 행복을 잘 느끼고 있어요. 돈과 일을 좇기보다 행복을 추구해요.
엘 : 계속 무언가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요. 그래서 소소한 걸로 ‘난 되게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일을 하는 거죠. 오늘 요리 처음한 것도 되게 행복했어요.
O - 최근에 운 경험, 있어요?
성열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 울었어요. 영화 속에서 할머니 생신이라 가족들이 모이는 장면에서 고모님이랑 첫째 형님이 싸우는데 그 모습을 보고 되게 많이 울었어요. 불효라는 생각에 할머니가 안 돼 보여서. 원래 영화 드라마보고 잘 운다. 감정이 풍부하다기 보다 그 역에 이입이 그냥 되는 거 같아요.
성종 : 저는 잘 안 울어서. 생각보다 잘 안 울어요.
엘 : 전 기분파라서 갑자기 막 우울해지면 혼자 슬픈 노래들으며 울어요. 딱히 언제라기보다 자주 그래요.
O - 일주일의 휴식이 주어진다면, 뭘 제일 하고 싶어요?
성종 :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요. 혼자 아니면 친한 사람 한명과 파리 여행을 가고 싶어요. 그냥 길거리 계속 돌아다니며 맛있는 거 먹고. 혼자 해외여행 간 적이 없거든요. 스케줄로만 가고. 가면 정말 힐링될 것 같아요.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될 것 같고.
엘 : 저는 계속 일하고 있을 거예요. 일이 없으면 뭔가 찾아서라도 할 것 같아요. 자기계발이라도. 쉬라고 내버려둬도 가만히 못 있어요.
O -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성열 : 레저 스포츠를 즐겨요.
엘 : (성열을 가리키며) 얘는 내기로 푸는 것 같아요.
성열 : 사실 이기든 지든 경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공통된 주제로 서로 이기려고 하는 게 재밌어요. 지더라도 같이 어울리며 하는 게 좋아요.
O -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인피니트는 되게 친근한 느낌이 있어요. 그죠?
엘 : 제가 편해야 남도 편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뭐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면 멀어 보이지 않나요. 서로 민망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방송에서도 먼저 다가가는 편이에요. 저는 인피니트 내에서 얌전한 이미지인데, 원래 말을 많이 하긴 해요. 그런데 그동안은 멤버가 7명이다보니, 어필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거죠. 이번에 3명이서 활동을 하다 보니 말을 많이 할 기회도 많아지고 (청춘이라는) 주제가 와 닿아서 말을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O - 자, 마지막으로 또래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엘 : 솔직히 제가 조언을 해드리기는 좀 그렇고, 서로 파이팅해서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각자 원하는 일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파이팅!
성종 : 청춘이니까 무서워도 다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리니까 도전할 수 있잖아요. 뭐든지 도전해보고 아프기도 해보고 겪으며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열 : 꿈을 못 이루신 분, 꿈을 좇는 분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목표만을 보면 이뤄지는 것 같아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진짜 돼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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