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에서 골까지 넣은 ‘군데렐라’ 이정협(24, 상주상무)이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급부상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이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을 17전 5승 7무 5패로 맞춤과 동시에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이정협은 데뷔골 소감에 대해 “주어진 출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최대한 집중을 하려고 했다. 운 좋게 골까지 넣게 돼 기분이 좋다. 골을 넣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군인다운 패기를 선보였다.

골을 넣은 뒤 슈틸리케 감독의 반응에 대해 이정협은 “그냥 웃으면서 잘했다고 하이파이브 한 번 해줬다. 경기 전에 큰 욕심 내지 말고 상대를 많이 흔들라고만 짧게 말씀하셨다”면서 웃었다.
자신의 플레이를 총평해달라는 질문에 이정협은 “정말 열심히 뛰기는 했다. 비록 골을 넣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기라성 같은 선수를 대표해 뽑힌 이정협은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사실 나는 주전 공격수로 발탁이 된 것이 아니다. 이동국, 김신욱 형이 뜻하지 않게 다치는 바람에 어렵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살려서 앞으로 형들이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주전 경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을 낮췄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개인적으로 골을 많이 넣는 것보다 팀에 어떻게 녹아드느냐,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플레이에 대한 욕심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걸 맞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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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