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막장 없이도 충분히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SBS 새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전개로 막장 전개 일색인 주말드라마의 신기원을 여는데 성공했다. 마냥 웃긴 것만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가족애를 건드리며 감동까지 선사하고 있다.
‘떴다 패밀리’는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200억 원의 상속을 놓고 벌어지는 상속쟁탈전을 유쾌하게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지난 4일 2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초반만 봤을 때 상당히 즐거우면서도 소소한 감동이 있는 꽤나 보고 싶은 드라마다.
200억 원의 재산을 가진 정끝순(박원숙 분)이 5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가족들에게 재산 상속을 약속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펼쳐놓고 있다. 일단 끝순의 남편인 최종태(정한헌 분)는 끝순이 외도로 미국행을 선택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상태. 끝순이 미국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끝순과 종태의 자녀들이 조금씩 철이 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끝순의 재산을 노리는 양아들 정준아(오상진 분)와 그의 동생이자 가짜 변호사인 나진희(이정현 분)의 아슬아슬한 재산쟁탈전도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개성 강한 끝순 가족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맞물리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는 중. 무엇보다 시트콤을 보는 듯한 유쾌한 전개가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다.
미국에서 50년을 살았다는 설정 속에 아픔을 숨기고 있는 재력가 할머니 끝순의 귀여운 표정과 아직은 돈 밖에 모르지만 정이 있는 끝순 가족들의 행보가 재미를 선사한다. 2회만 봐도 마치 슈퍼맨처럼 가족들의 애환을 한방에 해결하는 끝순이 선사하는 통쾌함, 죄책감을 느끼는 진희의 아슬아슬한 사기행각, 개그감은 충만하나 과도하지 않아 정감 가는 사고뭉치 가족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다른 주말드라마에 비해 다소 발랄한 매력을 풍기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는 선을 지키고 있다. 시트콤 같은 드라마이지만 흐름을 방해하거나 확 튀는 연기는 없는 것. 박원숙을 비롯해서 이휘향, 박준규, 진이한, 이정현 등 내공 강한 배우들이 버티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또한 끝순의 재산이 아닌 가족애를 조금씩 느끼는 최동석(진이한 분)의 변화 역시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다. 끝순과 서울 탐방을 하던 중 길이 엇갈리자 혼비백산해서 할머니를 걱정하고, 따스한 포옹에 울컥하는 동석의 모습은 향후 다른 가족들 역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아무도 끝순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석만이 유일하게 혈육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 두 사람의 유쾌하지만 감동적인 서울 탐방은 이 드라마가 결국에는 따스한 가족애를 다룬다는 것을 알게 했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오래된 커피숍을 다루며 추억까지 자극했다.
다소 가벼운 웃음 장치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면서도 한순간에 훅 들어오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떴다 패밀리’의 매력이 되고 있다. 동시에 자극적인 전개를 보이는 다른 막장 주말드라마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에 더욱 애정의 시선이 쏠리게 만든다. 굳이 장황하지 않아도, 굳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가 없어도 드라마는 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와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면 존재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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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패밀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