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는 표현이 과할 수도 있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의 남태희(레퀴야)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남태희가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남태희는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퍼텍 스타디움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친선경기에 하프타임에 투입돼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불과 45분의 시간이었지만 남태희는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남태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며 한국의 막혔던 공격의 물꼬를 텄다. 특히 후반 46분 이정협의 쐐기골에서는 남태희가 수비수 4명을 제친 뒤 김창수에게 연결해 이정협이 손쉽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남태희의 모습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바라던 모습이었다. 전방에서의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침투, 그리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진의 득점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은 확실한 원톱이 없는 한국에 큰 힘이 됐다. 4년 전 구자철이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오를 때의 모습도 이와 같았다.
지난 2012년 발랑시엔에서 레퀴야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남태희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프랑스 1부리그에서 뛰다가 카타르 리그로 이적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태희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꾸준히 성장해 지난 시즌 정규리그 24경기서 12골, 이번 시즌 정규리그 15경기서 6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중동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남태희를 지칭해 '중동 메시'라 불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그런 표현이 과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남태희가 보인 존재감만큼은 바르셀로나의 메시 못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라면 공격진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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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