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마흔 살의 나이를 이르는 말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도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됐다.
"마흔까지 뛸 것이라 꿈에도 몰랐다"는 이승엽은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아 이제 너도 마흔이네'라고 말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전혀 없다"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야구에서 나이, 학력, 재력 등 모든 게 무의미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그는 "야구장에 가면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다 똑같다.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이승엽은 "노력은 나이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그의 좌우명과 비슷했다.

이승엽은 2013년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승엽의 이름 석 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는 벼랑 끝의 각오로 타격 자세를 바꾸는 등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이승엽은 지난해 타율 3할8리(506타수 156안타) 32홈런 101타점 83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김한수 타격 코치는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른 선수들보다 더 빨리 받아 들이는 게 이승엽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베테랑 선수로서 변화를 주는 게 쉽지 않은데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모습에 나도 놀랐고 좋은 결과가 나오니 더 기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예전에 성적이 좋지 않을때면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이게 전부구나' 생각하곤 했다. 2013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이승엽 또한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기량이 떨어지겠지만 나이가 들어 야구를 못하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며 "나이가 들면 젊었을때보다 야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하고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나이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 '나이가 드니 이제 안되는구나' 하는 순간 끝난다는 걸 느꼈다. 나이 때문에 기량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다. 야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나이는 상관없다. 젊었을때보다 더 노력하고 더 몰입하면 된다".
이승엽은 각종 방송 출연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느낌이 좋다. 준비 잘 해서 지난해의 좋은 성적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 이승엽의 올 시즌 최소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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