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시트콤으로 장르를 변경해도 되지 않을까?
통쾌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가 점점 '통쾌'에 집착(?)하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놓고 있다. 풍금(오현경)과 월한(이종원)의 사기 연애 행각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웃음 던져줬던 '전설의 마녀'는 최근 김수미가 본격 등장하면서 시트콤을 방불케하는 상황극을 연출하고 있다.
극중 김수미가 맡은 영옥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4인방 수인(한지혜), 풍금, 미오(하연수), 복녀(고두심)의 감방 동기. 최근 영옥이 출소하면서 다시 4인방과 함께 살게 됐다. 감옥신에서도 특유의 존재감으로 '신 스틸러'로서의 명성을 떨쳤던 김수미는 주인공 4인방이 출소하면서 안방에서 사라졌다. 이에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재출연 요청이 이어졌다는 후일담.

5일 방송에서는 영옥과 복녀가 한 편의 시트콤을 찍었다. 영옥은 이문(박인환)이 복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문에게 '급관심'을 보인다. 이문의 세탁소를 찾아가, 싫다는 이문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직접 일을 도와주고, 일을 도와주다 일부러 쓰러져 이문에게 안긴다. 이를 본 복녀는 당황하며 자리를 뜨고 이문 역시 영옥을 버리고 복녀를 따라 나간다.
이 과정에서 김수미의 오버 연기가 이어지고, 그동안 참한 어머니 캐릭터였던 복녀의 놀란 모습마저 묘하게 웃음을 유발하며 시트콤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두 사람의 시트콤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방에 누워서도 두 사람은 아웅다웅했다. 복녀는 "이문을 꼬시려고 이 집에 들어왔냐"고 영옥을 타박하고, 영옥은 "이문이 나에게 그런 거다"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결국 두 사람은 욕이 오가는 말싸움 끝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폭소를 유발했다.
'전설의 마녀'의 시트콤 코스프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극 중 가장 얄미운 캐릭터 주란(변정수)은 수인의 빵집이 잘되자 시기심에 "전과자 빵집"이라고 소문을 낸다. 그 과정에서 변정수 역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며 '오버연기'를 펼쳤다.
이날은 한지혜 마저 웃음을 유발하기로 작정했다. 우석(하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수인. 경황이 없는 수인은 엄한 미이라 붕대 사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절절히 고백했고, 우석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수인씨, 왜 거기서 울고 있냐"고 의아해 했다. 중요한 순간이 한편의 코미디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태산네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트콤의 캐릭터가 된 것 마냥 '오버 연기'와 상황극을 연출했다. 진지한 캐릭터라고 믿었던 수인과 복녀 캐릭터마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로 작정한 이상, 이 드라마를 이제 시트콤으로 분류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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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