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병장' 이근호(엘 자이시)가 전역하자 '깜짝 발탁'된 이정협(상주 상무)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군인 K리거들의 활약이 월드컵을 넘어 아시안컵으로 이어질 기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이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을 17전 5승 7무 5패로 맞춤과 동시에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정협이다. 제주 전훈 자체평가전서 헤딩 골을 기록하며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된 이정협은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뛴 A매치 데뷔전에서 보란듯이 데뷔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또 한 명의 '군인 K리거'가 활약을 예고한 셈이다.
이정협의 선임인 '예비역 병장' 이근호는 부진 끝에 조별리그 무승으로 마감한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빛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러시아전 조커로 기용된 이근호는 후반전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시키며 답답했던 한국의 경기력에 숨통을 틔웠다. 또한 알제리전 구자철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골, 1도움으로 태극전사 중 최고성적을 냈다.
당시 군인 신분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이근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군인의 월급이 화제로 떠오를 정도였다. 군인 K리거로서 월드컵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친 이근호의 활약은 상주 소속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이정협 역시 대표팀에 발탁된 후 "근호 형처럼 되고 싶다고 인터뷰 했었는데 함께 발탁이 돼서 반갑다"고 반긴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기분 좋은 쐐기골로 태극마크를 단 후 첫 득점을 쏘며 충실하게 전역한 선임의 뒤를 이었다.
이제 이근호는 전역해 더이상 군인의 신분이 아니지만, 이근호의 뒤를 이어 수사불패(雖死不敗)의 군인 정신을 발휘할 이정협 있으매, 태극마크를 단 군인 K리거의 계보는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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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