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우디] 대안 없는 중원, 기성용 '미안하다 부탁한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1.05 06: 49

설마했는데 역시나였다. 플랜B를 위한 좋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론은 절대적인 플랜A의 필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이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을 17전 5승 7무 5패로 맞춤과 동시에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경기를 본 것 같다. 후반전에는 훨씬 더 좋은 축구를 했다. 전반전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전반전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였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 내내 공수 양면에서 졸전을 면치 못했다. 최전방은 가벼웠고 뒷공간은 헐거웠다. 중원은 텅 비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진 문제점은 중원이었다. 소속팀의 부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늦어진 이청용(볼튼)과 기성용(스완지 시티), '쌍용'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특히 미드필더진에서 기성용의 부재는 뼈아팠다. 경기 전까지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플랜B'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성용이 대체불가의 자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 됐다.
이날 기성용 대신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박주호(마인츠)와 한국영(카타르)은 전반 내내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중간중간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2%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관된 경기 조율 능력을 선보이며 안정적으로 중원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성용의 존재감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소속팀 스완지 시티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며 체력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안 없는 중원은 '컨트롤 타워' 기성용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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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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