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대표 영화로 자리 잡은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이 스노우볼 효과를 보이며 천만 고지를 넘보고 있다. 개봉 주보다 2~3주차로 갈수록 주말 관객 수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입소문 흥행작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천만 클럽 가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영화를 본 중장년층은 “주인공 덕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두 시간 동안 굵직한 현대사를 다루는 감독의 연출력이 예사롭지 않다”며 찬사를 보내고, 젊은 층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아버지 세대의 고달픔을 실감하게 됐다”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흥행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우파 영화 논란도 관객이 늘수록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친구, 연인과 ‘국제시장’을 본 뒤 부모님을 모시고 중복 관람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데, 이중 일부는 주인공의 행동 하나, 소품 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각종 궁금증과 후기를 올리고 있다. ‘그 장면에서 감독이 의도한 장치가 이것이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올려놓고 누군가가 답글이나 다른 해석을 이어가는 식이다.

김윤진의 빨간 우산도 그 중 하나다. 무너진 갱도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덕수를 발견한 영자가 한 손으론 빨간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덕수의 손을 잡고 달리는 장면에서 왜 하필 우산색이 빨갰을까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이다.
‘둘의 눈물겨운 사랑을 상징했을 것’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덕수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제작진의 설명은 좀 허탈했다. 아무런 의도가 깔리지 않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간혹 우산 색깔에 대해 묻는 분이 있는데 사실 큰 의미 없이 촬영된 장면”이라며 “당시 현장에서 급박하게 찍느라 여벌로 준비했던 우산 중 하나를 사용한 것뿐이다. 관객들이 이렇게 매의 눈으로 영화를 보실지 몰랐는데 감사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대신 “도입부와 엔딩신에서 덕수와 영자가 나란히 앉아 부산항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라며 “자세히 보면 도입부에선 한 척의 배가 항구로 들어오고, 마지막엔 배가 바다로 출항한다. CG 도움 없이 실사 촬영하려고 감독이 타이밍을 맞춰 찍은 공들인 장면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지난 4일까지 770만 관객을 끌어 모은 ‘국제시장’은 당분간 이렇다 할 적수 없이 독주할 것으로 보이며, 이달 15일 선보이는 ‘오늘의 연애’ ‘허삼관’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2라운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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