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에 가까운 팀을 상대로 13개의 슈팅 중 득점은 단 2골뿐. 결정적인 기회에서는 패스 미스로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물병을 걷어찬 이유다.
일본은 4일 오후 4시 호주 세스녹 스포츠그라운드에서 벌어진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티와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전반 33분 엔도 야스히토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45분 구자철과 함께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활약하는 오카자키 신지가 추가골을 뽑아 2-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은 팀의 경기력이 영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포츠닛폰, 스포츠호치를 비롯한 복수의 일본 언론은 5일 아기레 감독이 승리에는 만족하면서도 결정력 부족 문제에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경기 도중 물병을 걷어차는 등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문제의 장면은 후반 16분 일어났다. 선수 세 명을 교대시킨 후 벤치로 돌아가려던 아기레 감독은 눈앞에 있는 물병을 힘껏 걷어찼다. 스포츠호치는 이를 "귀신같은 형상으로 물병을 걷어찼다"고 표현했고 스포츠닛폰도 "'순간온수기(감정조절을 못하고 쉽게 발끈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 같은 모습을 보였다"며 은근히 비꼬았다.
아기레 감독이 화를 참지 못한 이유는 결정력 때문이다. 아기레 감독은 경기 후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약간 화가 났다. 공격에서 좋지 못한 플레이가 있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13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2골에 그친 골 결정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스포츠닛폰은 전반 2분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골키퍼 정면에서 시도한 슈팅을 시작으로, 전반 45분 엔도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최소 4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후반 37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4대1로 공격을 전개하는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의 패스 미스로 기회가 무산되는 등, 아기레 감독을 화나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던 장면이 잇따라 연출됐다.
상대 오클랜드 시티가 사실상 아마추어팀에 가깝다는 것도 아기레 감독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열린 클럽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오클랜드 시티는 정식 프로팀이 아닌 아마추어팀으로, 축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뛰고 있다. 2010년 대전 시티즌에서 잠시 뛰었던 김대욱이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스포츠호치는 "(아기레 감독이)짜증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조기탈락할 경우 승부조작 의혹을 볼 것도 없이 경질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다 상대는 클럽월드컵 3위라고는 해도 대부분의 선수가 다른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세미프로팀, 그것도 2주간 휴식을 취하다 경기 전 3일 훈련한 팀이었다"며 결과에 대해 씁쓸함을 전했다. 12일 팔레스타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일본의 마지막 평가전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진하게 남긴 셈이 됐다.
costball@osen.co.kr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