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컨디션’ 기업은행의 중요한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05 08: 01

“한 팀에 주공격수가 세 명이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건데…”
IBK기업은행의 삼각편대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자랑한다. 공격력에서는 검증이 된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후커를 비롯, 국가대표팀 공격수들인 김희진과 박정아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힘과 높이에서 모두 상대를 압도할 만한 기량을 가졌다. 다른 팀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한 여건이다. 그런데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좋은 조건임을 인정하면서도 고민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이다.
우승 트로피 탈환에 나서는 기업은행은 4일 현재 승점 31점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선두 도로공사(승점 32점)과의 승점차가 얼마 나지는 않지만 아래에서도 쫓는 이들이 많아 피 말리는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기업은행이 믿는 구석은 역시 공격력이다. 1468점을 기록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역시 데스티니, 김희진, 박정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힘이라고 할 만하다.

데스티니는 521점을 올려 폴리(현대건설, 555점)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 중이다. 공격성공률(43.36%)에서도 2위다. 주공격수 몫을 해준다고 볼 수 있다. 227점을 올린 김희진(전체 7위)은 국내 선수로는 최다 득점자고 박정아(182점)도 득점 10위에 올라있다. 득점 10위 내에 세 명의 선수를 올려두고 있는 팀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그런데 정작 팀 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소간의 ‘부작용’도 있다. 세 선수의 공격 분담에 대한 고민이다. 보통 공격수들은 때리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공이 올라오지 않을 경우는 김이 새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른 선수에게 가겠지…’라는 생각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을 컴퓨터처럼 기계적으로 배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 경기마다 손해를 보는 선수는 생긴다.
최근 세 선수가 동반폭발하는 경기가 많지 않은 하나의 이유다. 한 선수가 잘하면, 꼭 다른 한 선수는 부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속 시원한 경기가 나오지 않는다. 4일 성남에서 열린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리시브 불안에 공격수들의 리듬이 모두 꼬이며 0-3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데스티니에 공이 몰릴 때는 김희진 박정아가 부진하며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이 활약할 때는 반대로 데스티니의 공격이 침묵했다. 올 시즌 최악의 경기였다.
이정철 감독은 평소 “선수들이 공을 덜 때릴 때는 준비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순간순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문하고 있다. 선수들도 부담이 없지는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희진은 “둘이 잘하면 하나가 못한다”라고 쓴웃음을 지어보였고 박정아는 “내가 안 되면 다른 선수들이 더 했으면 하는 생각에 나약해질 때가 있다. 기대지 말고 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기업은행의 삼각편대는 팀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자산을 극대화시키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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