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이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으로 세 번째 천만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4일까지 77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이 천만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면, 정진영은 연산과 교도소장으로 각각 출연한 ‘왕의 남자’(05) ‘7번방의 선물’(12)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를 경험하게 된다.
출연작을 통틀어 1억 관객을 모은 오달수 만큼은 아니지만 평생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지 못 하는 배우들이 허다한 걸 감안하면 굉장한 행운과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의 아버지로 출연한 정진영은 황정민 김윤진에 비해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도입부 흥남부두 장면과 엔딩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이며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 숨은 주역이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덕수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한 이가 바로 정진영이기 때문이다.
윤제균 감독이 “가장 정성을 들인 캐스팅이 정진영 선배였다”고 고백했을 만큼, 덕수 부친과 가장 싱크로율이 맞는 최적의 배우가 정진영이었다고 한다.
윤 감독은 “아마 정진영 선배가 출연을 고사했다면 크게 낙담했을 만큼 섭외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는데 시나리오를 본 선배님이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다. 그의 진심 어린 연기가 아니었다면 국제시장이 이렇게 크게 사랑받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사회 비판극 ‘닫힌 교문을 열며’로 데뷔한 정진영은 ‘초록물고기’ 연출부 스태프로 일하며 배우를 꿈꿨다. 그가 대중에게 친숙해진 계기는 전도연 박신양 주연 ‘약속’(98)이었다. 보스 박신양을 수행하는 넘버2 건달 엄기탁으로 출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상업 배우로서 의미 있는 족적을 보였다.
한때 ‘달마야 놀자’ ‘황산벌’ ‘달마야, 서울 가자’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 ‘평양성’ 등 이준익 감독 작품에 단골로 출연하며 씨네월드 전속 배우라는 닉네임이 따라붙기도 했다. 영화적 동지로 불리는 두 사람은 ‘평양성’ 이후 서로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데뷔 초만 해도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검사(킬러들의 수다, 이태원 살인사건) 등 주로 ‘먹물’ 역할을 맡기도 했다.
‘국제시장’이 황정민의 최고 흥행작, 오달수의 1억 관객 돌파에 이어 정진영의 세 번째 천만 영화로 기록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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