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던 이정협, 공격수 기근에 단비를 내리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05 12: 30

깜짝 발탁의 주인공인 이정협(상주)이 최전방 공격수 기근에 허덕이는 슈틸리케호에 촉촉한 단비를 내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9위)은 지난 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 102위)와 평가전서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17전 5승 7무 5패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안컵 예열을 마쳤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골대를 강타한 손흥민(레버쿠젠)도, 선방쇼를 펼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울산)도 아니었다. 무명 공격수 이정협이 A매치 데뷔전서 골맛을 보며 '군데렐라'에 등극했다.

이날 이정협에게 주어진 시간은 20여 분. 후반 27분 조영철과 바통을 터치하며 최전방을 책임졌다. 제주 전훈 참가와 아시안컵 승선에 이은 꿈같은 A매치 데뷔전이었다.
간절했다. 이정협은 한정된 시간 속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추가시간 귀중한 쐐기골을 뽑아냈다. 박스 안에서 김창수의 패스를 정확한 마무리로 연결하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정협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주어진 출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이동국, 김신욱 형이 뜻하지 않게 다치는 바람에 어렵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어렵사리 얻은 기회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협은 이근호, 조영철 등 경쟁자들의 부진 속 제한된 시간을 뛰며 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아직 '이정협 원톱'을 제1 공격 옵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도 물음표인 까닭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출범 이후 다섯 차례의 A매치를 통해 수없이 실험했던 제로톱 카드를 먼저 꺼내들 공산이 높다.
다만 '이정협 조커'라는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쥔 건 사우디전의 확실한 성과다. 후반 중반 상대의 힘과 체력이 떨어졌을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제공권을 이용해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득점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뺄 경우 듬직한 체구를 이용한 이정협의 등지는 플레이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절했던 이정협이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슈틸리케호에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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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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