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억 사나이’ 최정, “건재 보여주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05 13: 00

프리에이전트(FA) 역사를 갈아치운 주인공이 됐다. 그럼에도 얼굴에는 부담감이 읽히지 않는다. 대신 무거운 책임감이 드러난다. ‘86억 사나이’ 최정(28, SK)이 팀 성적은 물론 개인적인 건재도 보여주고 싶다는 을미년 출사표를 내밀었다.
지난겨울 프로야구판에서 가장 빛난 이름 중 하나는 최정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최정은 원소속팀 SK와 4년간 총액 86억 원에 계약하며 2014년 강민호(롯데, 4년 75억 원)가 썼던 FA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찌감치 FA 최대어라고 불렸던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12월에는 평생의 반쪽을 찾으며 두 배로 행복한 겨울을 보냈다.
거액 계약을 따냈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클 법하다. 86억 원, 그리고 ‘역대 최고 몸값’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만약 그 값어치를 하지 못할 경우 비난이 많이 쏠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선배들의 전례에서 잘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정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최정은 “몸값에 대한 부담은 진짜 없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차라리 그간 했던 것을 보상받는 차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향후 생길 부담을 덜기 위한 한 방편일 수도 있다. 최정은 “매년 연봉을 받는 선수라는 생각을 한다. 신경 쓰지 않고 그에 연연하지도 않으려고 한다”라며 단칼에 결론을 내렸다.
대신 책임감은 늘었다. 전력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다. SK의 상징으로도 거듭났다. 돌아가는 상황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법하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팀의 자존심은 많이 상해있다. 최정도 지난해 부상으로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허리, 어깨, 햄스트링 등이 그를 괴롭혔다. 82경기 출전에 그쳤다. 4년 연속 이어왔던 20홈런 이상 기록, 2년 연속 기록했던 20홈런-20도루 등 기록이 죄다 끊겼다.
이에 대한 교훈이 있었을까. 최정은 “못해도 차라리 아프지 않은 것이 낫다”라고 지난해를 떠올렸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아프지 않고 경기에 나선다면 제 몫은 할 수 있다는 은근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최정은 “뚜렷한 목표나 수치는 없다. 경기에 꾸준히 뛰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 같다. 끊겼던 기록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면서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그제서야 숨겨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철저한 몸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최정은 지난해 장타를 위해 체격을 불렸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살을 찌웠다. 그냥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그러나 불어난 무게를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 최정은 “근력이 약해져 무게를 못 이겼던 것 같다”라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캠프부터 천천히 힘을 비축하며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최정이 건재 과시를 위한 첫 발걸음을 순조롭게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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