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시카고 컵스에서 투타 핵심선수를 한 명씩 꼽아보자. 타자 가운데 앤서니 리조(26), 투수는 존 레스터(31)를 뽑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리조는 컵스가 자랑하는, 그리고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 애지중지 키운 팀의 미래다. 2007년 6라운드에서 보스턴에 지명된 리조는 2010년 아드리안 곤살레스 트레이드에 포함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옮겼다. 그리고 2012년, 앤드류 캐시너·나경민과 유니폼을 바꿔입으며 컵스에 오게 됐다.
마이너리그 통산타율 3할3리 87홈런 OPS .914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던 리조는 2012년 컵스 소속으로 빅리그 87경기에서 타율 2할8푼5리 15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2013년에는 16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할3푼3리 23홈런으로 속칭 '공갈포'에 그쳤지만 작년 140경기 타율 2할8푼6리 32홈런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생애 첫 올스타와 MVP 10위에 선정됐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팬그래프) 5.6으로 리그 7위에 올랐다.

레스터는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은 컵스의 가장 큰 퍼즐조각이다. 보스턴에서만 110승을 거둔 레스터는 FA 자격취득을 앞두고 작년 시즌 중반 트레이드 매물로 나왔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입단했다. 작년 성적은 16승 11패 219⅔이닝 평균자책점 2.46이다. 컵스는 건강한 레스터에게 6년 1억5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컵스의 투타 핵심인 리조와 레스터 모두 암(癌)을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조는 프로입단 2년 차였던 2008년 마이너리그를 휩쓸던 도중 호지킨 림프종 선고를 받았다. 호지킨 림프종은 젊은 남성에게 자주 발병하는데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암을 떨쳐낼 수 있었다. 암투병 공백에도 불구하고 리조는 2009년 복귀 후에도 여전한 장타력을 뽐냈고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갈 타자로 성장했다.
레스터는 빅리그에 올라온 첫 해였던 2006년 교통사고 후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림프종을 발견했다. 소포성 림프종의 일종으로 곧바로 치료에 돌입했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끝에 암을 극복했다.
컵스의 전성시대를 열어 갈 핵심선수 두 명이 림프종을 극복했다는 점은 우연을 넘어 운명과도 같이 느껴진다. 1908년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컵스는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못한 구단이다. 게다가 1945년 이후 '염소의 저주', 즉 "다시는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안 열릴 것"도 여전히 유효하다. 암을 극복한 이들이 저주까지 깨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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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BB= News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