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전반전은 최악의 45분이었다."
안갯속이던 베스트 일레븐의 윤곽이 드러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입을 통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팬 공개훈련을 마친 뒤 의미 있는 말을 내뱉었다. 사우디와의 전반전을 사령탑 부임 이후 최악의 45분이라 평했다. 다만 오만전서는 좋아진 후반전과 같은 정신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경기장서 열린 사우디와 최종 평가전서 2-0으로 승리했다. 상대 자책골과 이정협의 골을 묶어 승리를 움켜쥐었다. 썩 달콤한 승리는 아니었다. 내용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45분 동안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는 흔들렸다. 후반 선수 구성에 변화를 꾀하자 180도 달라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전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이길 때마다 자신감을 얻는다. 그러나 90분을 양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반 45분은 매우 나빴다. 내가 지휘봉을 잡은 뒤 최악의 45분이었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많이 회복했지만 전반 45분이 토너먼트에서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경기서 배워야 한다. 오만전에는 선수들이 후반에 한 것과 같은 정신 자세로 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채찍질 했다.
사우디전의 전후반은 두 얼굴이었다. 전반엔 앞선의 이근호, 조영철, 구자철 등이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 박주호-한국영 조합과 중앙 수비수 김주영-장현수 듀오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김진수도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서 보여주던 특유의 활동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후반 들어 대거 얼굴이 바뀌자 상황이 급변했다.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가 빠지고 남태희, 한교원, 이명주가 들어가자 경기력이 살아났다. 조영철이 제로톱의 꼭짓점에 섰고, 손흥민과 남태희가 측면과 중앙을 휘저었다. 한교원과 이명주도 측면과 중앙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본업인 레프트백으로 자리를 옮긴 박주호도 이내 안정을 찾았다.
해답은 사우디와 후반전이다. 슈틸리케호의 베스트 일레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만전은 조영철을 필두로 2선에 손흥민 남태희 이청용이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20여 분 출전에 골맛을 본 이정협은 후반 중반 슈퍼 조커로 투입이 예상된다. 중원은 기성용-한국영 조합이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백라인은 측면과 중앙이 엇갈린다. 좌우 측면은 박주호-차두리(김창수)가 유력하다. 다만 차두리의 부상 회복 여부에 따라 사우디전서 활약한 김창수에게 기회가 다시 올 수도 있다. 김진수가 좌측면에 설 수도 있다. 센터백은 오리무중이다. 불안했던 김주영-장현수와 벤치를 지켰던 곽태휘-김영권의 경쟁 구도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문장 자리는 사우디전서 빛났던 김진현과 김승규의 2파전 구도에 부상 복귀한 정성룡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사우디와의 전반전보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분 좋은 후반전을 떠올렸다. 그의 첫 선택은 오는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베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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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