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머니공세’ 두산, 딜레마도 지혜롭게 푼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06 06: 26

두산 베어스는 겨울엔 '양치기 소년'이었다. 외부 영입은 고사하고 팀 내 FA를 잡겠다는 목소리마저 공허한 외침으로 들렸던 적도 많았다. 지난겨울에도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그 결과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다이노스), 최준석(롯데 자이언츠)을 모두 떠나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큰손은 단연 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84억원을 들여 장원준을 데려오더니 유네스키 마야와 더스틴 니퍼트에게도 각각 60만 달러, 150만 달러(외국인 선수 역대 최고 몸값)를 쥐어주며 재계약했다. 조만간 영입할 타자 역시 두산이 점찍었으니 틀림없이 특급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아직 진행 중인 연봉협상을 살펴봐도 입이 벌어진다. 지난 4일에는 1억 7000만원에서 2억 3000만원(135.2%) 인상된 4억원에 오재원과 계약하더니, 하루 뒤에는 김현수와 7억 5000만원에 합의했다. 지난해 연봉인 4억 5000만원에서 3억원(66.7%) 오른 이 금액은 FA와 해외 복귀 사례를 제외한 선수들 중에서는 역대 최고 연봉이다. 두산은 다른 팀이 예비 FA인 두 야수를 탐내지도 못하게 미리 선전포고를 했다.

이들에게 높은 금액을 준 것이 단순히 FA를 미리 잡아두는 효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확실한 대우를 하며 향후 2~3년 내에 FA 자격을 취득할 선수들은 물론 팀 내 젊은 선수들의 충성도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들이 다른 팀에 가지 않고도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구단이 직접 심어준 것도 이번 겨울 두산이 거둔 수확 중 하나였다.
다른 부분에서 연봉이 상당부분 절약됐기에 이런 파격적인 행보가 가능했다. 연봉 합계가 4억 5500만원이던 이원석, 이용찬, 홍상삼이 군에 입대하며 금전적 여유가 조금 생겼고, 지난해 연봉 6억원을 받기로 되어있던 김동주도 팀을 떠났다. 김동주의 경우 1군에 올라오지 못해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6억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큰 몫을 아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액을 풀었다고 해서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구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원(팀 연봉 총액)은 한정되어 있고, 선수는 선수대로 사연이 없는 경우가 없다. 부진했던 선수들도 저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을 설명하고 배경을 밝히기 때문에 무작정 깎기도 어렵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라 하더라도 사기마저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대우를 받은 동료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사기 저하는 어떤 것으로도 막기 어렵다. 팀 내 주요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전 두산의 한 관계자는 “연봉 총액은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 대박의 꿈이 실현된 선수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예비 FA와 똑같이 대접하자니 팀 연봉 총액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없지 않고, 인상 폭을 줄이거나 크게 삭감하자니 한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에게 동기부여는 하지 못할망정 기만 꺾을지도 몰라 고심하는 것은 어느 구단이나 마찬가지다.
고과 1위 선수인 민병헌-유희관을 비롯해 아직 계약하지 않은 주요 선수, 특히 삭감 대상자들을 둘러싼 딜레마를 두산이 어떻게 해결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미 외적으로는 가장 화려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내부의 잠재적인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지혜 역시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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