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는 달변가였다. 짓궂은 질문에 재치있게 답하며 웃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럴싸한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남발하는 명언이 허세가 될 수도 있지만 나름의 철학이 담겨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달변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제동도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하정우는 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새해 첫 게스트로 초대됐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새해 인사로 큰절을 올린 뒤 그간의 근황들과 영화 '허삼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 '허삼관'에서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그는 이에 대해 "신인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배우로서 인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같이 말한 것.

앞서 지난 방송에서도 '느낌있는 파이팅' 등의 어록을 남긴 하정우는 '힐링캠프'에 대해 "제 필링인 거 같다"며 많은 예능 중 '힐링캠프'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김제동은 "하정우가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줄 몰랐다. 내공 있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곤란한 질문은 재치있게 넘겼다. 그는 "배우 하정우의 DNA를 감독 하정우에게 적용시키는 일"고 말했고, MC 이경규는 "그게 무슨 줄기세포냐"고 버럭했다. 그러자 갑자기 "화장실 다녀오고 싶다"며 감독처럼 "컷"을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자신의 영화에 MC 성유리를 캐스팅 후보로 생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핑클에 대한 환상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말해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지할 때는 진지했다. 사실 한 작품에서 감독과 배우의 역할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정우는 "나의 가장 큰 재능과 장점은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로지 열심히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하정우는 '먹방' 연기의 비결, '한밤 난동 사건', 하지원 캐스팅 비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여유있게 소화하며 '힐링캠프'를 장식했다. 평소 하정우를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남자로 생각했던 이들이 있었다면, 방송 이후 그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을 듯하다. 이쯤되면 하정우의 재발견이다.
joonamana@osen.co.kr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