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투수 경쟁 본격 시작...AGAIN 2013?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06 06: 41

“제국이와 규민이 둘 다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 3명의 선발투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0순위 과제는 ‘선발투수 만들기’다.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과 우규민이 지난해 11월 각각 오른쪽 무릎수술과 왼쪽 고관절 수술을 받아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하다. 둘 다 늦어도 5월에는 복귀할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시즌 시작부터 마냥 뒤쳐질 수는 없다. 때문에 강상수 투수코치는 오는 16일부터 시작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 하렐과 소사의 뒤를 이를 선발투수 3명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후보군은 나왔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5일 신년하례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임)지섭이 (장)진용이 (신)동훈이 (김)광삼이 (임)정우까지 5명은 애리조나부터 선발투수에 맞는 훈련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양 감독은 “다섯 명 모두 선발투수 경험이 있다. 선발진 공백을 메울 자신이 있다”며 부상자가 있어도 2015시즌 초반부터 고전하는 일은 피할 것을 다짐했다.

최대 3자리를 놓고 5명의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상황. 그런데 LG는 이전부터 선발투수 발굴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강상수 코치는 지난 5일 저녁 OSEN과 전화통화에서 “사실 지난 시즌부터 경쟁이 시작됐다. 제국이와 규민이의 경우, 이미 시즌 중반에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수술해야한다고 정해졌다. 때문에 정우와 진용이를 선발 등판시키며 2015시즌 선발 후보군을 추려갔다. 2군에도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코치는 “시즌은 길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소사와 하렐을 포함해 2군까지 9명의 선발투수는 준비시켜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시점에선 최소 6명은 1군에서 선발투수로 뛸 수 있게 만들 것이다”고 목표를 잡았다.
아직 경쟁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커리어상 선두주자는 김광삼이다. 김광삼은 2010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선발투수를 맡아 한 시즌 평균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노련한 경기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계산이 서는 투구를 했다. 강상수 코치는 “현실적으로 보면, 광삼이가 2015시즌 선발진에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다. 풀타임 선발 경험도 있고 현재 몸 상태도 좋다. 열심히 재활해 지금 하프피칭 직전까지 왔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마운드에 서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도 같다. 몸에 다시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광삼이의 경험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물론 신예들이 경쟁을 통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이상적인 상황도 그렸다. 강 코치는 “지섭이가 5선발 정도를 맡아주는 게 그림은 가장 좋다. 좌완이기도 하고 비록 실패는 겪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우리 마운드를 책임질 투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서 “정우도 마찬가지다. 정우의 경우, 지난해 선발 등판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투구수가 늘어나면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정우는 지난해 캠프에서 롱릴리프로 몸을 만들었기 때문에 올해는 달라질 수 있다. 비시즌에 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한 훈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2년차를 맞이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임지섭은 LG의 대형 프로젝트다. 임지섭은 지난해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 첫 1군 무대부터 선발승을 올렸다. 그러나 불안한 투구폼과 제구난조를 극복하지 못했고, 5월부터 엔트리서 제외되며 투구폼 전면수정에 들어갔다. 류택현 코치와 함께 땀을 쏟았고, 2014시즌 후반에는 달라진 투구폼으로 제구력이 한층 안정됐다. 현재 임지섭은 구속도 올라와 140km대 후반까지 기록하고 있다.
임정우 또한 프로 입단부터 선발투수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겨울 FA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SK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1·2군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했다. 2013시즌부터 선발투수 보다는 불펜투수로 나서는 일이 많았지만, 2014시즌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10번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 등판 평균자책점 1.56, 그러나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은 6.52에 달한다. 임정우가 이번 스프랭캠프를 통해 이 차이를 좁힌다면, 충분히 붙박이 선발투수가 될 수 있다.
장진용도 상무시절 에이스투수로 활약,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타자를 잡는 법은 아는 투수란 평가다. 신동훈도 1년차부터 2군에서 선발투수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1군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7월 28일 잠실 롯데전서 구원 등판,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선발투수 신정락 다음을 책임질 마땅한 투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신동훈이 팀 승리에 다리를 놓았고, 신동훈은 1군 무대 첫 승을 기록했다.
이들 5명 외에 도전자도 있다. 강 코치는 “후보군을 넓게 가져갈 생각도 하고 있다. 팀은 위기지만, 선수들에게는 기회다”며 “차명석 수석코치님과 박석진 투수코치에게 마무리캠프서 선발투수감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투수들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가능성이 있는 투수들은 애리조나로 데려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를 총괄한 차 코치는 임지섭과 장진용, 그리고 유경국과 이승현을 돋보이는 투수로 꼽은 바 있다.
한편 강 코치는 불펜투수를 선발로 돌리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강 코치는 “솔직히 (신)재웅이를 다시 선발로 돌리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러나 재웅이가 불펜에서 맡은 역할이 크기 때문에 올해도 불펜투수로 나설 계획이다”며 “(윤)지웅이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 좌완 불펜자원이 많지 않다. (이)상렬이도 나이가 있어서 부상을 염두에 둬야한다. 지웅이는 올해 캠프에서 변화구를 더 익히게 만들 것이다. 2015시즌 불펜진에서 지웅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LG는 2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2013시즌 스프링캠프서 리즈와 주키치 뒤에 자리할 선발투수 3명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결과는 대성공. 당해 LG는 우규민과 신정락이 선발투수로 도약하고 류제국이 5월부터 합류, 토종 선발투수 3인방이 모두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1승을 합작했다. 강 코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2년 전에도 힘들었고, 작년도 투수들 컨디션이 늦게 올라와 고민이 많았다. 올해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매년 쉽지 않지만, 그만큼 해내면 기쁨이 배가 되더라. 스프링캠프에선 제국이와 규민이 둘 다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 3명의 선발투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한 번 잘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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