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펀치’, 하물며 라면 먹는 장면도 궁금할 줄이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06 08: 40

자장면에 이어 라면이다. 드라마 ‘펀치’가 먹는 장면으로도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기가 막힌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 6회는 시한부 인생 박정환(김래원 분)의 하나뿐인 동생 박현선(이영은 분)이 쟁쟁한 집안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검사들과의 맞선을 거부하는 이유가 담겼다.
바로 자동차 정비공인 연인(임현성 분)이 있었던 것. 죽음을 앞둔 정환은 현선이 미래가 창창한 남자와 결혼을 해서 가장 노릇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지독히도 현실적이어서 속물일 수 있는 정환의 눈에 차지 않는 연인의 존재는 골칫덩어리였다.

진실을 알게 된 정환의 눈에는 살기가 느껴졌고, 주먹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펀치’는 정환과 현선 연인의 갈등을 다루는데 있어서 라면이라는 음식을 선택했다. 앞서 정환과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과의 살얼음판 갈등을 담는데 자장면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던 이 드라마는 이번엔 라면를 꺼내들었다.
다정히 라면을 끓어먹으려던 동생과 그의 연인 앞에 불쑥 나타나서는, “박정환입니다. 식사부터 하죠”라고 낮게 읊조리는 정환의 모습은 그 어떤 장면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애써 분노를 삭이고 주먹을 꽉 쥔 채 “찬밥 더 있지?”라고 묻는 그의 눈빛과 서늘한 입가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정환의 피로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또 다른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이날 ‘펀치’는 큰 전환점을 다뤘다. 태준과 정환이 누구 하나 쓰러져야 하는 죽음의 전쟁을 치르게 되는 시발점이었기 때문. 태준의 형 이태섭(이기영 분)이 정환의 전 아내이자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신하경(김아중 분)의 수사 압박에 자살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갈등을 보이면서도 서로가 상처를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 사이가 완벽하게 갈라지는 계기가 됐다. 때문에 정환과 동생의 갈등은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넘어가지도 않을 라면을 먹겠다고 앉은 정환과 불안해하는 현선과 연인의 표정이 교차된 채 마무리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사실 살아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정환에게는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장면이나 라면을 먹는 장면이 더욱 긴박하게 느껴진다. 자장면을 먹으며 태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든, 라면을 먹으며 잠시 갈등의 속도를 늦추든 긴박하긴 마찬가지인 것. 물론 지금껏 ‘펀치’는 갈등이 폭발하는 도입부에 먹는 장면을 삽입해 이야기의 쫄깃함을 더하는 경향이 있다.
유독 먹는 장면에서 군침이 돌기보다는 인물들의 표정과 대사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는 살벌한 대화에도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먹는 배우들의 열연과 먹는 장면으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을 쓴 연출의 몫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펀치’는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라선 상태. 6회에서 9.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성공시킨 박경수 작가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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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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