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쌍둥이 드라마, 공생이냐 공멸이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06 10: 05

안방극장의 쌍둥이 캐릭터가 새해에도 계속된다. 어딜 틀어도 검사와 기자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다중인격장애를 앓는 이들이 전면에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지상파 3사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검사와 기자가 많았다. 월화드라마는 검사가 득실거린다. MBC ‘오만과 편견’과 SBS ‘펀치’는 주인공 모두 검사고, KBS 2TV ‘힐러’는 기자다. ‘힐러’와 동시간대는 아니지만 SBS는 수목드라마로 역시 주인공이 기자인 ‘피노키오’를 방영하고 있다.
직업이 같은 드라마들의 장르는 조금씩 다르지만 캐릭터는 똑닮았다. 정의롭거나 비리가 가득한 이들로 나뉜다. 극중 직업이나 캐릭터 성향이 같다보니 이야기를 아무리 뒤튼다고 해도 모두 붕어빵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폭발성 있는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가 없는 게 이 같은 쌍둥이 캐릭터 때문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지만, 뭘 틀어도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들이 남발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1월에는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격돌한다. ‘해를 품은 달’ 진수완 작가가 집필하고 ‘비밀’ 성공을 이끈 지성과 황정음이 재회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킬미힐미’가 오는 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7중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를 치료하는 의사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SBS는 이달 말에 ‘피노키오’ 후속으로 ‘하이드 지킬, 나’를 수목드라마에 편성했다. 현빈과 한지민이 출연하며, 대략적인 이야기 구조는 ‘킬미힐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가지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 남자와 운명적으로 얽혀있는 여자의 사랑을 다룬다. 물론 풀어가는 방식이나 세세한 캐릭터의 차이는 있겠지만 쌍둥이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비슷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큰 틀 안에서 차별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이 같은 캐릭터 쏠림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두 드라마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어 공존할 수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모두 그저 그런 드라마로 평가되며 공멸할 수 있다. 소재와 캐릭터가 비슷하더라도 재미만 있다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현재 누구나 알다시피 지상파 드라마는 쇠퇴와 기회의 기로에 놓여있다. 다양한 채널에서 쏟아내는 영상물의 홍수 속에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캐릭터뿐만 아니라 소재, 장르에 있어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시청자 이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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