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의 저력은 여전했다. SBS 토크쇼 ‘힐링캠프’가 배우 하정우를 게스트로 내세워 매력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지상파 3사 유일 1인 게스트 토크쇼의 존재 가치를 보여줬다.
지난 해 방송가는 토크쇼 무용론이 팽배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성 이야기들에 물릴데로 물린 시청자들이 더 이상 토크쇼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평일 심야 예능프로그램들의 시청자 이탈이 심화되면서 토크쇼의 영향과 가치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커졌다. 무엇보다도 과거와 달리 스타들에 대한 독점 정보는 태생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거물급 스타들이 발길을 찾던 ‘힐링캠프’가 시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스타들의 입지전적인 자랑성 이야기든, 아니면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논란 혹은 소문에 대한 해명이든,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든 시청자들에게는 이제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지루하고 흥미롭지 않다는 것, 토크쇼가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밀리게 된 이유였다.

‘힐링캠프’도 같은 고민을 떠안고 있을 터다. KBS 2TV ‘해피투게더3’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같은 일명 ‘떼토크’가 독설을 주고받으며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것에 비해 1인 게스트를 내세우는 ‘힐링캠프’는 두 프로그램에 비해 이 같은 강렬한 조미료를 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힐링캠프’가 가진 장점은 스타들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고, 조금 더 진솔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한 스타의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지나온 과거사를 되짚어보며 우리네 인생 이야기와 맞물려 공감을 하게 된다. 제 아무리 반복되는 구성이라 할지라도 한 스타의 인생사를 한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축약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5일 방송된 신년특집에 출연한 하정우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화 감독 도전기를 털어놨다.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의 부진에 대해 솔직하게 분석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가 하면, 감독으로 자리잡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곁들어가며 말했다. 워낙 말을 잘하는 하정우이지만 ‘힐링캠프’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꾸밈 없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기에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고, 인간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 그리고 영화감독 하정우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 ‘힐링캠프’의 힘이 나온다. 하정우처럼 달변가일 경우에는 더욱 흥미가 높아지지만, 아닐 경우에도 중박은 치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MC인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의 능력이 조화를 이룬다. 독한 말로 스타들을 몰아세워 난감한 주제거리를 끄집어내는 이경규, 이경규가 강한 한방이라면 논리적으로 다독여서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김제동, 스타들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조근조근 날카로운 질문을 할 줄 아는 성유리까지 3명의 MC들의 조합은 ‘힐링캠프’가 명맥을 이어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국민 MC' 유재석을 제치고 이경규가 SBS 연예대상을 수상했을 때 많은 네티즌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이경규가 쇠락하는 장르로 불리는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적은 토크쇼는 제작진의 구성 감각이 상당히 중요한 프로그램. 그런 점에서 제작진 역시 예능감 넘치는 자막을 곁들이며 한 사람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데 일조하고 있다. 매회 일정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끄집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한 제작진의 예능 장인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jmpyo@osen.co.kr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