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는 예능프로그램이 꽉 잡고 있는 ‘불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을까. 이미 패는 던져졌고,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KBS 문보현 드라마 국장은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리츠 칼튼 호텔에서 열린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극본 한상운, 이강 연출 박현석)의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이 시점의 고민이 들어간 드라마다”라며 “연속극과 미니시리즈로 양분된 드라마 시장의 모색이 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드라마의 의미를 밝혔다.
또 연출을 맡은 박현석PD는 “짧게 말씀드리면 우리가 채널 중에서 약한 시간대가 금요일 시간대다. 강한 콘텐츠 넣자는 합의가 있었다. 이왕 넣는 거 세게 넣자는 여러 부서의 고민이 있었고, 드라마국이 거기에 맞춰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며 금요일 시간대 드라마를 편성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을 넣자고 했는데 그렇다고 재미를 놓칠 수 없고 기존 지상파 시청자 층 을 비껴갈 수 없었다. ‘가족극’이지만, 감성적인 그러다 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 오르내렸다”며 원작 드라마가 있는 작품인 ‘스파이’를 제작하게 된 동기를 덧붙였다.
‘스파이’는 이스라엘 드라마 ‘MICE'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미국 NBC에서도 파일럿 편성돼 방영됐다. 전직 스파이이자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가 국정원 소속인 아들을 포섭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임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한국에서는 장르물보다는 가족드라마적인 감성이 더욱 부가됐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제작진 및 배우들의 기대는 컸다. 연이어 KBS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유오성은 “드라마가 궁금한 게 처음이다. 일반적 드라마의 작법에서 벗어나 있다. 감독님은 ‘하이브리드’라고 얘기도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영화와 드라마를 섞어 놓은 형태의 드라마다.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이 더 궁금하다”고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알렸다.
배종옥 역시 ‘스파이’의 선택에 대해 “‘스파이’는 작품 때문에 선택했다. 스파이 역이 처음이었고 작품이 굉장히 재밌었다. 흥미진진했다”고 했고, 김재중도 “드라마 자체가 시청률이 잘 나오면 굉장히 좋겠지만 배우 입장에서 작품 자체가 신선하고 새롭고 하루 2회 연속 방송을 한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KBS에서 첫 작품을 찍게 된 주인공 김재중의 캐릭터와 연기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배우로 변신한 이후, ‘닥터진’, ‘트라이앵글’ 등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맡아 열연 해 온 그는 이번에도 다소 ‘센’ 캐릭터라 할 수 있는 국정원 요원 역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역할들과 이번 역할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을 시사하며 “‘트라이앵글’에서는 양아치에서 이사까지 가는 큰 갭이 있는 역할이었다. 여기서는 이중적인 모습이 억지로 그려지는 게 아니라 따뜻한 아들이고 국정원에 가면 진지해지고 그런 차이를 보여준다. 사람은 같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 드린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스파이'가 방송되는 시간대는 유독 쟁쟁한 경쟁작들이 포진해 있다. SBS '정글의 법칙'부터 tvN '삼시세끼'까지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이기고 금요드라마를 정착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2회 연속으로 방송된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미지의 공영방송 KBS가 죽은 시간대를 살리기 위해 혁신적으로 시도하는 모험이 기대감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혀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스파이'의 새로운 시도는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과연 새로운 시도는 시청률이라는 성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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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