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농구단이 김주성(36, 동부)의 리바운드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천 전자랜드는 6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원주 동부를 80-75로 잡았다. 이로써 5할 승률에 복귀한 전자랜드(17승 17패)는 KT와 공동 5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동부(22승 12패)는 3연승이 좌절되며 3위를 유지했다. 대기록의 주인공 김주성은 20점, 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동부의 기둥’ 김주성은 지난 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원정경기서 11리바운드를 기록, 정규시즌 통산 3829리바운드로 통산 2위 조니 맥도웰(44, 통산 리바운드 3829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주성은 전자랜드전서 리바운드 하나만 더 잡으면 단독 2위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김주성은 후보로 경기를 시작했다. 김주성은 서서 공을 만지며 실전감각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1쿼터 종료 3분 15초를 남기고 드디어 코트에 들어섰다. 김주성은 1쿼터 종료 1분 8초를 남기고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대기록을 달성했다. 기록달성 후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는 대기록 달성사실을 관중들에게 알려 그 순간을 기념했다.
KBL은 김주성의 대기록을 기념하지 않았다. 리바운드의 경우 3000개 단위로 시상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KBL은 정규시즌 900경기에 출전한 주희정(38, SK)처럼 김주성에게 특별상을 시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개수가 아닌 순위로 상을 주기는 근거가 떨어진다는 해석이었다. 물론 원칙은 중요다. 하지만 KBL에서 통산 2위 대기록 달성을 그냥 넘기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랜드 구단은 달랐다. 대기록 달성을 예상한 전자랜드는 동부와 협의를 해서 축하자리를 마련했다. 전자랜드는 하프타임에 유도훈 감독이 직접 나서 김주성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선사했다. 또 기록이 달성된 공을 김주성에게 선물했다. 승패를 떠나 큰 업적을 이룬 후배를 축하해준 것.
현장에서 챙겨준 축하였기에 김주성에게 더욱 의미가 컸다. 인천 팬들 역시 김주성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농구코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김주성은 "홈코트가 아닌 어웨이서 축하를 받게 됐다. 인천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감동한 모습이었다.
사실 홈팀 입장에서 원정팀 선수의 대기록을 챙겨주기란 쉽지 않다. 자칫 스포트라이트를 원정팀 선수가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자랜드처럼 6강 진출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팀이 여유를 부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전자랜드 구단은 대승적 차원에서 김주성을 축하해줬다. 프로농구가 다 같이 잘돼야 전자랜드도 발전할 수 있다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김주성을 예우한 전자랜드는 타 구단의 모범이 됐다. 구단 전체의 이미지도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KBL이 해야 될 일을 전자랜드가 나서 대신 해준 셈이 됐다. 전자랜드의 동업자 정신은 프로농구에 ‘리스펙트(Respect) 문화’를 도입하는 훈훈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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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