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가 절실한 슈틸리케호에 제2의 지구특공대가 탄생할까.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대 고민은 최전방이다. 지난 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서도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다. 전반엔 이근호가 선봉에 섰고, 구자철, 조영철이 뒤를 받쳤지만 엇박자를 냈다. 손흥민의 고군분투만이 유일하게 빛났다.
후반 들어 180도 달라졌다. 조영철이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이근호와 구자철이 빠지고 남태희와 한교원이 섀도 스트라이커와 측면을 책임졌다. 손흥민은 변함없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급 조커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서 20여 분만 뛰고도 골맛을 보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사우디와 후반전만으로 만족하기엔 이르다. 사우디는 이날 전반엔 공격적으로 나오며 한국을 괴롭혔다. 무실점으로 끝난 게 다행일 정도로 불안했다. 사우디는 후반 들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역습을 노렸다. 6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이 공격에 치중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만들어줬다. 상대 자책골을 빼고 1골에 그쳤던 슈틸리케호로선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빈공 해결을 위해선 결국 새로운 킬러가 필요하다. 4년 전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은 주축 공격수 박주영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이 대신 잇몸이 활약했다. 신예 지동원과 구자철이 새 별이 됐다. 섀도우 스트라이커 구자철은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동원도 4골을 넣으며 한국의 3위에 일조했다. '지구특공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임팩트는 강렬했다. 대표팀은 둘의 물오른 득점력 때문에 떨어진 전방의 무게감을 한껏 높일 수 있었다.
슈틸리케호도 다르지 않다.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은 부상과 부진 등 저마다의 이유로 호주에 없다. 제2의 지구특공대가 나올지 관심사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인 남태희가 첫 손에 꼽힌다. 공교롭게도 남태희의 포지션은 4년 전 구자철의 포지션과 같은 섀도우 스트라이커다. 남태희는 "경기에 많이 출전하고 싶고, 골 욕심도 있다. 당연히 우승도 하고 싶다"면서 "2011년 아시안컵을 보면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한 팀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 여유있게 플레이 하면 우승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상주)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사우디와 A매치 데뷔전서 정확한 위치 선정과 깔끔한 마무리로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정협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려서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4년 전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구자철도 있다. 최근 폼이 떨어지며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 방을 갖고 있다. 다만 출전 기회가 문제다. 경쟁자인 남태희가 맹활약을 펼치며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dolyng@osen.co.kr
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