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과 나눈 수다 ②] "지메시? 이니에스타가 좋아요"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1.07 06: 52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은 자신의 본명보다 '지메시'라는 찬사 가득한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이자 남녀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발군의 재능과 기량을 갖춘 지소연은 자신의 해인 을미년 청양의 해, 어느덧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모습 너머에는 활발하고 털털한 소녀 지소연이 있었다.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지소연을 만났다. 직접 만난 지소연은 시원하게 웃고 거침없이 말하는, 아직 앳되고 풋풋한 여동생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인터뷰보다 수다에 더 가까웠던 기자와의 대화를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지소연을 보다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 키워드, 지소연 '달라진 인기와 군밤 한 봉지'

지소연은 휴식기 동안 친정팀인 고베 아이낙을 방문해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 했다. 너무 운동만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문화생활도 즐겼다"며 항변한 지소연은 "그래도 아직 못 만난 사람이 많다. 이제 다시 영국 들어가면 못 만난 사람들 생각이 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를 못내 아쉬워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첼시 이적 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아무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지소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2010년 U-20 여자월드컵이 끝난 후 정말 많이 알아보시더라. 어디 나가도 알아봤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잊혀지더라. 일본 진출 후 왔다갔다할 때는 전혀 못알아보셨다"며 "지금은 첼시에 가고, 많이 알려지다보니까 다시 많아졌다. 길에서 사인해주기도 했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지소연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2010년 U-20 여자 월드컵이 끝난 후 여자 축구의 쌍두마차는 단연 지소연-여민지(22, 대전 스포츠토토)였다. 지소연은 "여민지와 지소연을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민지 선수 사인 좀 해주세요' 하는 소리를 적어도 3~4번 이상 들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색다른 경험도 있었다. 지소연은 "한번은 청량리역에서 버스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군밤장수 아저씨가 '잠시만요'하고 부르시더니 '지소연 선수 아니냐'고 하시더라. 놀라서 어떻게 아시냐고 물어봤다. 저 잘 못 알아보시는데, 그러니까 '딱 보니까 지소연 선수인데' 하면서 군밤도 한 봉지 안겨주셨다"고 이야기하더니 "아, 정말 너무 죄송했다. 돈 주고 사야하는데 안 받겠다고 하셔서 실랑이를 한참 벌였다"며 웃었다. 그 군밤은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씨가 맛있게 드셨다는 후문이다.
▲ 키워드, 월드컵 '양띠 지소연, 한국 여자 축구의 해로'
지소연의 2015년은 지난해 못지 않게 바쁠 예정이다. 중국 쉔젠에서 열리는 2015 4개국 친선대회 참가를 위해 6일 비행기에 오른 지소연은 대회를 마친 후 영국으로 돌아가 소속팀에서 시즌 개막을 준비할 예정이다. 6월에는 올해의 '메인 이벤트'가 될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 있다.
여자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면 지소연은 진지해진다. 아니, 지소연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 모두 진지해진다.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하는 여자 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만큼 각오가 비장할 수밖에 없다. 지소연은 "또 한 번 여자 축구 신드롬을 일으켜서, 발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일단 목표는 16강인데 16강 가면 토너먼트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라며 "만만치 않겠지만 조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해볼 만한 자신감도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2003년 월드컵 출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오른 여자 축구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손꼽힌다. '지메시' 지소연은 물론, '박라탄' 박은선(29, 로시얀카)와 여민지, 정설빈(25) 유영아(27) 전가을(27, 이상 현대제철) 등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한 데 모였다. 지소연은 "모두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 지 잘 알고 있는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아직 월드컵 무대에서 첫 승이 없다. 지소연은 첫 번째 목표로 첫 승을 꼽고, 두 번째 목표로 16강을 꼽았다. 지소연의 말마따나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서 16강에 진출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최고의 성적을 내서 청양띠 양의 해를 '한국 여자 축구의 해'로 만들고 싶다는 양띠 지소연의 당찬 각오다.
▲ 인저리 타임, 보너스 토크
Q. '지메시'가 별명이지만 엠마 헤이스 첼시 레이디스 감독은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나 폴 스콜스에 더 가깝다고 하더라.
A. 나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좋다. 물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좋지만 포지션으로 봐도 이니에스타가 더 맞다. 2~3년 전 바르셀로나에 가서 경기도 보고 운동하는 것도 구경한 적이 있다. 축구를 정말 잘해서 경기 볼 때마다 놀란다. 플레이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메시도 메시지만 주위에 사비나 이니에스타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동네 오빠... 아니, 삼촌 같다.
Q. 박은선은 유럽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다. 만약 박은선이 영국으로 이적해서 라이벌팀에서 뛰게 된다면?
A. 충분히 통할 것이다. 주위에서 얼마나 받쳐주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라이벌팀은 절대 안된다. 무조건 첼시로 데려와야한다. 은선언니를 누가 막겠느냐.
Q. 지소연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손흥민 뽀뽀'가 뜬다.
A. 자선경기 때 세리머니 구상을 하면서 구자철 오빠가 시켰다. '소연이가 골 넣으면 흥민이 네가 뽀뽀해라, 싫어?'하고. 흥민이 팬이 워낙 많아 걱정됐다. 아니나다를까 난리가 났더라. 팬보다 동료들이 더 심했다. 카카오톡이 난리가 났다. '당장 볼 씻으라'고. 그 전까지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이후 뜸하다가 연락이 닿아서 요새 친해졌다.
Q. 얼마 전에 비스트 손동운과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또 만나서 함께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A. 연예인을 잘 몰라서 그런지 많이 떨리지는 않았다. 축구선수와 함께 인터뷰하면 더 떨릴지도 모른다. '무한도전' 팬이다. 하하 오빠나 정형돈, 정준하, 박명수 아저씨... 재미있는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싶다. 여자 축구 A매치에도 와줬으면 좋겠다. 런닝맨? 은선 언니와 함께 출연하면 재밌을 것 같다. 아마 (김)종국 오빠도 은선 언니한테는 힘들 수도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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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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