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규정 신설...KBO, 존중받는 리그 만든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07 06: 04

지난 6일 서울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있었던 실행위원회에서는 많은 사안들이 결정됐다. 작게는 시범경기 일정부터, 크게는 퓨처스리그 구성과 한국시리즈 경기 장소까지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퓨처스리그는 기존 북부와 남부리그였던 것이 3개 리그로 바뀐다. 롯데, 삼성, 상무, KIA가 A리그(이하 리그 명칭은 추후 결정), 한화, 넥센, NC, SK가 B리그, LG, 두산, 경찰, kt가 C리그에 속하게 됐다. 각 팀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또한 잠실 중립경기 없는 한국시리즈가 다음 시즌부터 현실이 된다. 1~2차전과 6~7차전은 정규시즌 우승팀 홈에서, 3~5차전은 플레이오프 승자의 홈에서 벌어진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이미 개장됐고, 2016년부터는 대구 신축구장도 활용할 수 있기에 이런 결정도 가능했다. 인프라가 개선되며 각 구단 연고지 팬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안건이 하나 더 있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KBO 리그 또는 구단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거나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 대해 제재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고 이를 이사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한국인끼리 하는 말을 인종차별이라 칭하는 것은 드물다. 인종차별 발언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외국인 선수들의 돌출행동을 막겠다는 의도다. 리그나 구단을 공개 비방하면 안 된다는 것은 국내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한국을 떠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종종 보여주던 모습이라는 점에서 한국야구에 대한 존중이 없는 외국인 선수들을 다스릴 수 있는 방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찰리 쉬렉(NC)의 욕설 사건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욕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심판에게 다가가 우리말로 욕을 하는 장면은 앞으로도 보기 힘든 장면임에 분명했다. 판정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심판에게 노골적인 욕설을 퍼붓는 것은 넓게 보면 리그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더 무거운 징계가 따를 수 있다.
SK에서 퇴출된 조조 레이예스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구단 로고에 총격을 가한 듯한 사진을 SNS에 게재해 비난을 받았다. 뒤늦게 사과에 나섰지만 그다지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예스의 경우 구단을 떠난 뒤에 저지른 행동이었기에 향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벌하기는 힘들지만 KBO로서도 이제는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두산에서 뛰었던 호르헤 칸투는 시즌 중 SNS에 인종차별 논란이 일 만한 사진을 올렸다가 곤혹을 치렀고, 유네스키 마야는 상대 벤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 시즌부터는 당사자들과의 화해 여부와는 별개로 KBO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이외에도 미래에 있을 유사한 사례가 징계 대상이 되기는 어렵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루이스 히메네스는 일본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태업의 인상을 진하게 남기며 한국을 떠났고 SK의 루크 스캇은 이만수 전 감독과 대놓고 언쟁을 벌였다. 모두 2014 시즌의 아픈 기억들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닌 만큼 국내 선수들 역시 준수해야 리그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명예를 지켜 존중받는 리그로 거듭나겠다는 KBO의 계획을 잘 보여준다. 30년을 훌쩍 넘긴 프로야구인 만큼 이제 명예도 스스로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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