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천만③] '국제시장'에 허지웅이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1.14 06: 01

영화 '국제시장'이 지난 13일 1천만 관객을 돌파, 한국 영화 역사상 14번째 천만클럽에 가입하는 것을 논할 때 허지웅을 비롯한 이른바 평론가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근현대사 배경에 핫한 청춘스타 주연도 아닌(유노윤호 카메오 제외), 젊은 층에겐 다소 칙칙할 수도 있었던 이 영화가 20~30대의 관심권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정치적' 해석을 두고 첨예한 갑론을박이 펼쳐진 덕분이기도 했다.
이른바 보수 언론이라고 불리는 매체들이 이 영화를 두고 '건강한 우파'라고 끌어올리는 반면, 진보로 분류되는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가치를 두고 직설적인 평가를 덧붙이면서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한 쪽에 서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특히 모 매체와의 대담에서 이 영화의 '이 고생을 자식이 안겪고 우리가 겪어서 다행'이라는 대사의 기저에 깔린 기성세대의 의식을 '토나온다'고 평했던 허지웅의 발언은 연일 온라인을 장식했다.

이 화제가 된 발언에 찬성하기 위해,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영화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앞서 영화 완성도와 애국주의로 큰 대립을 빚었던 '디워' 사태때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야하는 분위기가 됐던 것과 흡사했다.
물론 '국제시장'의 경우, 막상 뚜껑을 열자 초반 첨예한 의견대립이 좀 머쓱할 정도로 논쟁의 대상이 될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들에 휘말리는 개인에 집중하면서 그 개인의 희생을 몰라주는 후손에게 조금 섭섭함을 표할 뿐이었다. 그 사건과 희생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미화하는 것인지 부분은 평론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여론은 금새 정치색 입히기가 피곤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윤제균 감독도 이 영화는 '소박한' 영화라고 강조 중. 그는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시장'은 근현대사 역사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게 아니라 소박하게 고생만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에서 만든 것"이라면서 "못살고 가난했던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 아무래도 정치적 사건이나 내용이 들어간다고 하면 수박 겉핥기 식, 끼워넣기 식으로 밖에 들어갈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빼는 게 낫겠다는게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서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덕수의 대사에 대해서는 세대론이 아니라 부모들의 보편적 정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 역시도 20대부터 가장이 돼서 학비, 생활비를 직접 다 벌고, 신혼생활을 반지하에서 하는 등 많은 고생을 해왔다. 그래서 내 자식은 좀 더 가난하지 않은 환경을 가졌으면, 내가 했던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부모라면 다 그렇지 않나. 그 대사 자체는 특정 세대의 부모보다는, 앞으로 탄생할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관객 반응도 윤감독의 의도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덕수의 파란만장한 고생담에 '우리 할아버지 얘기'를 대입하며 10~20대들도 눈물을 쏟기 시작한 것. SNS에는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후기가 쇄도하고 있다.
노이즈 효과로 시작해 훈훈한 가족 영화로 마무리되는, 흥행 공식을 쓴 셈. 앞서 '괴물'이 반미 정서를 가진 게 아니냐는 노이즈 효과로 시작해 잘 만든 괴수 영화로 마무리된 것과 유사하다.
물론 이 영화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는 이른바 노이즈 효과에 대한 해석에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이 영화의 흥행에 일부 논란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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