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펀치’ 김래원, 역시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07 10: 00

배우 김래원이 그야말로 ‘미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3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에서 흡인력 있는 연기란 어떤 것인지를 묵묵히 드러낸다. 시한부 인생의 끝자락에서 가족을 위해 발버둥치는 김래원의 절박한 심정을 담은 눈빛 연기와 환각에 시달리는 절망적인 현실을 표현한 표정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김래원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뇌종양으로 3개월 밖에 살지 못하는 검사 박정환을 연기 중이다. 그는 ‘천일의 약속’에서 절절한 감성 연기를 보여준 후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지며 한동안 연기자로서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못했다. ‘나’, ‘학교’, ‘옥탑방 고양이’ 등에 출연하며 스타성과 함께 ‘연기 좀 잘하는 배우’로 인식됐지만 안방극장 활동이 뜸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허나 ‘펀치’로 돌아온 김래원은 생각보다 강한 한방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조재현, 최명길, 박혁권 등 비열하고 양심 불량의 악인 캐릭터가 날뛰는 ‘펀치’에서 김래원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정환을 연기하며 극중 인물이 착하진 않더라도 자꾸 감정을 몰입해서 보게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6일까지 7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정환의 고난이 쉴 새 없이 펼쳐지고 있다. 전 아내이자 이태준(조재현 분)의 음모에 빠진 신하경(김아중 분)을 구하기 위해 목숨과 신의까지 내던졌지만, 하경 때문에 형 이태섭(이기영 분)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태준의 복수로 인해 가정의 평화는 물론이고 남은 시한부 인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더욱이 그토록 고생해서 구명한 하경은 태준과 별다를 바 없는 위선자이자 법무부장관인 윤지숙(최명길 분)을 돕느라 정환을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 7회는 죽는 순간까지도 평온할 수 없을 것 같은 정환이 태준과 지숙의 권력 암투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그려지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태준과 함께 온갖 비리를 저지르지만 성공에 대한 야망이 큰 정환이라는 인물은 설득력이 있었다. 박경수 작가가 만든 촘촘한 그물망 같은 갈등 구조의 힘이 크지만 김래원이라는 배우가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몰입도 높게 접근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환이 서서히 자신이 가진 모든 카드를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래원의 풍부하고 세밀한 감정 연기는 일품이었다.
김래원은 7회에서 뇌종양으로 환각에 시달려 날을 세우고 있는 태준에게 자신도 모르게 헛소리를 하게 되고, 이 같은 치명적인 실수마저 기억을 못하는 정환을 소름끼치도록 정밀하게 표현했다. 이미 그는 자신이 필요한 진통제를 빼돌린 태준의 악마 같은 복수에 자존심을 버렸다. 애타게 매달리던 정환의 안타까운 심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렸던 김래원은 무의식 중에 실수를 하고 깨닫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강렬한 장면을 한순간에 확 바뀌는 표정 연기로 맛을 살렸다.
김래원의 열연은 배우는 뭐니뭐니해도 연기로 승부한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워낙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즐비한 까닭에 자칫 잘못하면 존재감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데, 김래원은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드라마의 순항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펀치’는 7회 말미 하경이 지숙이 자신의 비위를 숨기기 위해 정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운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담겼다. 앞으로 하경이 그동안 배척했던 전 남편 정환과 손잡고 태준과 지숙이라는 거대한 악의 축을 몰락시키기 위해 시동을 거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환이 세상살이 마지막을 앞두고 온갖 ‘펀치’에 고통스러웠다면, 이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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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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