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의혹에 휩싸인 방송인 에네스 카야의 후폭풍이 다른 외국인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JTBC ‘비정상회담’ 돌풍을 계기로 우후죽순 생기던 외국인 출연 예능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고, 기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던 외국인 방송인에게도 적지 않은 불똥이 떨어진 모양새다.
외국인들의 공동 생활을 다뤘던 MBC ‘헬로 이방인’이 오는 15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추석 파일럿 방송 이후 외국인 방송인이 예능프로그램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정규 편성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더니 결국 최근 폐지가 결정됐다.
‘헬로 이방인’의 폐지는 외국인만 내세우면 관심을 끌었던 흐름이 멈췄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물론 구성상의 아쉬움이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이유겠지만 외국인 방송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터다.

지난 해 방송가는 외국인 패널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필두로 ‘나 혼자 산다’ 파비앙이 큰 사랑을 받았고, 급기야 외국인들의 토론을 다룬 ‘비정상회담’은 높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바퀴’에는 외국인 패널들이 여러 나와 ‘떼토크’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같은 이방인들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을 보여 사랑받거나, 귀엽고 엉뚱한 매력을 보이거나, 넓고 다양한 시각이 호감을 샀다.
하지만 현재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 같은 외국인 열풍은 수그러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에도 일부 네티즌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같은 확 줄어든 관심의 이유로 에네스 카야 사태를 들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불륜 의혹으로 대중을 적지 않게 실망시킨 에네스 카야 사태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지난 6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파비앙의 라면버거 언급 논란 역시 이 같은 외국인 방송인에 대한 세간의 달라진 시선을 여실히 느끼는 사건이었다. 앞서 파비앙은 MBC에브리원 ‘100인의 선택-최고라면’에서 라면버거를 만들어 ‘최고셰프’로 등극, 트로피를 받았다. 한 햄버거 브랜드의 라면버거가 화제가 되자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두 달 전에 제가 개발한 라면버거. 왜 이제야 롯○○○에서 판매하는 걸까요? 허락 없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또 그는 라면버거 사진과 트로피를 게재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일본 요리사가 과거 라면버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올리며 파비앙의 글에 오류가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파비앙 측은 “파비앙 씨가 ‘100인의 선택-최고라면’에서 라면버거를 만들어 1등을 했다”면서 “공교롭게도 한 햄버거 브랜드에서 라면버거가 출시된 것을 보고 농담으로 관심을 표현했는데 오해가 생겼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파비앙 씨는 라면버거를 자신이 개발했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니 오해를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라고 해명했다. 즉 평소와 같이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말실수가 오해를 불러왔다는 것. 건실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파비앙의 이 같은 오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외국인 방송인들에 대한 대중의 다소 날카로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씁쓸한 사건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에네스 카야 사건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의 예능 출연을 곱지 않게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사실 건실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대중의 이런 오해들이 수그러들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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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