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쌍용의 시대가 도래했다.
'절친' 기성용(26, 스완지 시티)과 이청용(27, 볼튼)이 오는 9일(이하 한국시간) 호주서 개막하는 2015 아시안컵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과 부주장으로 선임됐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1 아시안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서도 주축 멤버였다. 명실공히 A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다만 선수단을 앞에서 이끌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 캔버라 디킨 스타디움서 열린 공식 훈련서 기성용과 이청용의 주장-부주장 선임을 발표했다. 동료들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당초 구자철이 유력한 주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슈틸리케 감독은 새 주장으로 기성용을 선택했다. 이청용은 부주장으로서 기성용의 부재 시 주장 완장을 넘겨받는다.
둘에게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쌍용'은 대표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성용은 허리에서 중심을 잡고, 이청용은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는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서도 둘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표팀의 두 축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남아공 월드컵 당시 비빌 언덕이 있었다. '양박' 박지성과 박주영이 앞선에서 중심을 잡았고, 이영표, 차두리, 이정수 등이 굳건하게 뒷마당을 지켰다. 벤치에도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이동국과 같은 든든한 버팀목들이 있었다. 4년 전 카타르 아시안컵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곽태휘, 이정수 등 베테랑들이 건재했다. 남아공에선 월드컵 사상 원정 16강행의 성적표를, 아시안컵 준결승서는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3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브라질 월드컵은 달랐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기댈 만한 구심점이 없었다. 박주영, 이근호, 곽태휘, 정성룡 등이 중심을 잡아야 했지만 원팀을 만들지 못했다. 박지성, 이영표의 이름이 다시 떠올랐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역부족을 느끼며 조별리그 1무 2패,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선배들이 했던 역할을 '쌍용'이 해야 한다. 대표팀 막내에서 어엿한 베테랑이 된 까닭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각각 A매치 66경기와 64경기를 소화했다. 슈틸리케호에서 차두리와 이근호(이상 70경기), 정성룡(64경기)과 함께 탑 5를 형성한다. 셋 모두 삼십 줄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이제 이십대 중반에 접어든 쌍용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해서는 기성용과 이청용의 경험이 절실하다. 이미 둘도 브라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베테랑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달았다. 기성용도 "피로 누적에도 모든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간의 노하우를 통해 잘 이겨내겠다"고 고참으로서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dolyng@osen.co.kr
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