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한결같은 믿음으로 위기의 구자철(이상 26, 마인츠)에게 힘을 실었다.
구자철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월드컵을 기점으로 부진이 이어지며 좀체 본연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남부러울 것 없는 축구 인생을 보낸 그였기에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 지난해 9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다섯 차례의 평가전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진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서도 이어졌다.
구자철은 최근까지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서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2009 19세 이하 월드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서 연달아 주장 완장을 차고 호성적을 이끌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서 승선 좌절의 아픔을 겪었지만 2011 아시안컵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브라질 월드컵은 아픔의 시작이었다. 구자철은 홍명보호의 캡틴으로 생애 첫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조별리그 1무 2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대부분의 태극전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구자철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절치부심, 아시안컵서 반전의 계기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본인의 부진과 함께 경쟁자 남태희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진 탓이다.
당초 구자철은 이번 아시안컵의 캡틴으로 유력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도 주장으로서 경험이 많은 구자철이 중심을 잡아주길 원했다. 그러나 최근 떨어진 폼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꾸준한 경기력과 출전이 보장되지 않은 이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끌기엔 무리가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기성용을 새 캡틴으로 최종 낙점했다.
기성용은 위기에 빠진 '단짝' 구자철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기성용은 7일 본격 전술 훈련을 앞두고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언론에서 자철이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우리 팀에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왔고, 선수들도 잘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위기의 친구를 치켜세웠다.
이어 "사우디와 전반은 전체적으로 팀이 부진했지 자철이가 부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철이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많은 얘기가 나와서 불편하다"면서 "충분히 팀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지난 대회 득점왕을 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걱정 없다.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처럼 팀을 잘 이끌어서 이번 대회 목표인 우승을 합작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기성용의 늘 푸른 소나무와 같은 믿음이 단짝 구자철의 부활에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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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