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대신 보완‘ 장원준, 170이닝이면 만사형통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08 06: 00

이닝이터 장원준(30)이 또 한 번의 170이닝을 약속했다. 장원준의 말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두산 베어스도 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장원준은 7일 잠실구장에서 입단식에 참석해 처음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 자리에서 장원준은 “두산이 가치를 인정해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성적으로 보답해야 할 것 같다. 팀이 플레이오프를 넘어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두 자릿수 승리나 낮은 평균자책점 등 거창한 공약들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꺼내든 목표는 팀의 우승이었다. 84억이라는 거액을 받고 입단한 ‘가장 비싼 투수’ 답게 팀에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김태형 감독 역시 활짝 웃는 얼굴로 장원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기대를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저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기만 해도 만족할 것 같다”고 말할 뿐이었다. 거액을 받은 장원준이 느낄 부담감까지 고려한 발언일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장원준 역시 “경기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170이닝을 던지고 싶다”며 감독이 바라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장원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 중 하나로 꼽힌다. 장원준은 경찰청에서 뛴 기간을 제외하면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170이닝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최소 144⅓이닝을 소화했으며, 최근 7년간 평균 162이닝을 책임진 정상급 이닝이터답게 하던 만큼만 하면 근접할 수 있는 것이 170이닝이다.
이미 170이닝을 넘겼던 경험도 2번이나 있고,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충분히 현실적인 수치다. 지난 시즌 155이닝을 혼자 막아냈던 장원준은 16경기가 늘어남에 따라 3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어 비슷한 기량을 유지한다면 170이닝 돌파가 가능하다.
대형 계약에서 오는 부담감과 낯선 서울 환경은 악재일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호재도 많다. 우선 군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1군 재적응에 대한 우려가 없다. 장원준 자신도 “지난해에는 군에서 돌아오다 보니 1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올해는 겨울에 체력훈련을 많이 해서 시즌 중에 힘들지 않도록 하려고 진행하는 중이다”라는 말로 체력적인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이외에도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존 확대, 홈구장의 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점들이다. “높은 공은 위험하니 낮게 던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존이 넓어지는 것은 좋은 것 같다”는 장원준은 “잠실은 장타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래서 던질 때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도 두산행을 결정했던 이유 중 하나다”라며 잠실을 홈으로 쓰게 된 것을 반겼다.
팀의 기대와 자신이 받은 대우에 맞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은 따를 수 있지만, 장원준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신 기존에 갖고 있던 면을 더 가다듬기로 했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함께 제구력을 장점으로 갖춘 장원준은 유희관의 제구를 닮고 싶다며 제구 향상을 위해 앞으로 많이 물어보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팀과 자신 모두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일치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이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된다고 했던 것도 장원준에 대한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떄문이다. 170이닝을 소화한다는 것은 조기강판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일찍 내려오지만 않는다면 두산 야수들은 방망이와 글러브로 장원준의 승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 170이닝만 채우면 만사형통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말한대로 승리는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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