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 KBL이 대장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프로농구는 7일 KGC 대 LG, KCC 대 오리온스전을 마지막으로 전반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올스타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전반기 성적으로 살펴본 판도는 대략 3강, 5중, 2약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 구도는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질까. 아니면 후반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까.
▲ SK와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다툼, 뒤따르는 동부

SK는 26승 8패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단독 1위로 마쳤다. 2012-2013시즌 구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SK는 2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애런 헤인즈, 김선형,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 코트니 심스 등 주축전력들이 3년 연속 호흡을 맞춘 것이 최고강점이었다. 최부경의 부상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분전으로 공백을 거뜬히 메우고 선두에 섰다. 다만 SK는 모비스와의 상대전적에서 1승 3패로 열세였다. SK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진정한 최강팀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강팀은 모비스(25승 8패)였다. 모비스는 3승 2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다소 주춤했다. 유재학 감독, 양동근의 장기간 국가대표 차출, 이대성과 함지훈의 부상후유증, 로드 벤슨의 이탈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모비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1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모비스는 줄곧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2경기서 전자랜드와 KT에 연패를 당해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사실 모비스는 지난 2년 간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않고 2년 연속 챔프전에서 우승했다. 갈수록 무서워지는 것이 모비스의 강점이다.
동부(22승 12패)는 소리 소문 없이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김영만 감독은 초짜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팀을 휘어잡았다. 평균 68.9점만 내주는 짠물수비는 ‘동부산성 시즌2’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김주성과 윤호영, 데이비드 사이먼이 지키는 골밑이 견고하다. 여기에 두경민, 허웅 등 젊은 선수들이 외곽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다.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동부는 까다로운 팀이 아닐 수 없다. 후반기에도 동부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6강의 남은 3자리를 놓고 다투는 5팀
상위 3팀이 6강 진출이 유력하다고 봤을 때 6강 플레이오프는 3자리만 남았다. 이를 놓고 중위권 5팀이 겨루는 형국이다. 개막 후 8연승을 달린 오리온스는 18승 16패,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제는 강팀으로 분류할 수도 없는 성적이다. 초반에 맹위를 떨쳤던 트로이 길렌워터-이승현 콤비의 위력도 많이 반감됐다. 국가대표 슈터 허일영의 복귀로 가용할 자원은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최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동 5위 부산 KT(17승 17패)는 분위기가 좋다. 초반 조성민의 결장으로 8연패에 빠졌을 때만 하더라도 6강이 어려워 보였다. 이후 2년 차 이재도가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하며 스타로 부상했다. 여기에 조성민의 복귀, 찰스 로드의 부활이 더해지면서 가장 핫한 팀이 됐다. KT는 5승 1패의 상승세를 타면서 전반기를 마쳤다. 에반 브락만 좀 더 활약해주면 KT의 후반기 전망은 밝다.

공동 5위 전자랜드(17승 17패) 역시 특유의 끈끈함으로 5할 승률을 지켜냈다. 시즌 초반 9연패에 빠졌을 때 전자랜드는 3승 10패로 최하위까지 처졌다. 당시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유도훈 감독은 사퇴까지 결심했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11월 14일 KT를 상대로 극적으로 9연패에서 탈출하며 6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리카르도 포웰과 정영삼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조직력이 장점이다. 신인 정효근을 비롯해 김지완, 함준후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향상도 두드러진다.
우승후보로 분류되던 LG(15승 20패)는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주축전력 문태종과 김종규가 국가대표 차출 후유증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이본 제퍼슨도 초반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전력을 추슬러 다시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후반기 김종규가 돌아올 LG는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전망.
오세근이 전역한 KGC인삼공사 역시 후반기가 승부수다.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지만 부상으로 모든 전력을 동시에 가동해본 경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양희종과 오세근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이정현이 상무에서 전역하면 그야말로 100%의 인삼신기를 볼 수 있을 전망.
▲ KCC와 삼성, 탈출구는 있나?
9위 KCC(9승 25패)와 10위 삼성(8승 26패)은 10승을 채우지 못하고 전반기를 마쳤다. 두 팀 모두 지독한 부상악령 탓에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KCC는 음주운전한 김민구의 이탈을 비롯해 FA로 영입한 김태술도 부상으로 신음했다. 하승진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뛴 경기가 얼마 되지 않는다.

삼성도 임동섭이 시즌 전부터 전력에서 제외됐다. 비시즌 오래 호흡을 맞춘 키스 클랜턴이 8주 부상을 당하며 아웃됐던 것도 악재였다. 이상민 감독은 9연패를 간신히 끊고 다시 6연패를 당하는 등 감독으로 혹독한 첫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사실 KCC와 삼성은 5라운드 초중반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면 올 시즌 6강 진입은 힘들다. 미래를 위해 현재 전력을 내주는 트레이드 등도 고민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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